[전문] 손학규 민주당 대표 라디오연설

2010-11-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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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 성찰하고 고뇌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민주당의 대표를 맡고 있는 손학규입니다.

저는 지금 서울광장에 있습니다. 어제 오후부터 저는 여기에 자리잡고, 청와대 불법사찰 의혹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 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소설 추위가 좀 춥긴 하군요. 하루 24시간 씩, 범국민대회가 열리는 29일까지 여기 있어야 할텐데, 날씨가 좀 풀렸으면 좋겠네요.

서울광장에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일을 하다 보면 실수도 있기 마련인 데, 그걸 너무 물고 늘어지는 것은 아닌가? 이렇게 하는 것이 정말 국민을 위한 것인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저의 결론은 한가지였습니다. 흔히 대포폰 사건이라고 불리는 청와대 불법사찰 의혹사건은 민주주의를 짓밟는 범죄행위다. 용서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불법적 만행이다. 우리는 더 이상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행위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이제 우리는 민주수호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어느 때부터 민주주의는 다 이뤄졌다고 생각했고, 감히 누구도 이것을 부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제 민주 반민주 구도는 낡은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하고, 민주주의 이후의 한국사회의 발전을 논했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공짜로 얻어지지 않듯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민주주의가 유린되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도처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정치보복은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부르는데 까지 이르렀고, 권력기관이 활개를 치고, 공안통치 속에 국민은 다시금 독재치하의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급기야 공직자 비리를 다루는 기관이 민간인을 사찰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청와대가 대포폰을 지급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따라서 청와대 불법사찰 의혹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입니다. 이야말로 국기를 바로잡는 일입니다. 민주주의를 끊임없이 지켜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역사학자 홉스봄이 말했습니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피땀으로 이뤄냈듯이, 좋은 세상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잘못된 것과 맞서고, 힘 있는 세력과 싸우고, 무관심을 털어내야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 15일에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공직자들에 대한 선고재판이 있었습니다. 이 재판의 판결문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이들은 영장은 커녕 신분증 제시도 없이 민간 기업에 쳐들어가 사장실을 뒤지고, 사찰 대상자를 회사에서 쫓아 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사찰 내용과 경과를 상급자인 국무총리실 사무차장과 청와대 공직기강팀장에게도 보고했다는 내용도 판결문에 들어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판결문에 따르면, 결국 청와대와 총리실은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청와대가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관련 증거를 파기했고 이를 위해 대포폰을 지급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도청사건을 은폐하려고 하다가 결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했습니다. 소위 워터게이트 사건입니다. 도청도 도청이지만 사실 은폐의 불법을 대통령이 저지른 것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청와대 불법사찰 의혹사건에 대해서는 국회가 국정조사를 하게 해야 합니다.

특검도 필요합니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도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하고, 사법 처리했습니다. 권력이 개입되어 있는 사건의 경우, 수사주체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특검이 수사하도록 해야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국민이 신뢰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지난 목요일부터 100시간 동안 국회 대표실에서 경고와 성찰의 사간을 가졌습니다. 청와대 불법도청 의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답이 없었고 국회와 야당은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결코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국정조사와 특검을 기어코 받아낼 것입니다. 국기를 회복ㄷ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국민들과 함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대장정, 즉 민주수호 대장정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저는 서울광장에서 국민과 함께 투쟁하지만 국회의원들에게는 원내에서 투쟁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당의 대표로서 결단을 내려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이명박정부의 실정을 파헤치고 민생을 챙겨주기를 요청한 것입니다. 정부·여당은 여전히 소귀에 경 읽기입니다만, 그래도 민생현안 처리와 예산심의를 일방 통행하도록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 기본권이 제대로 지켜지는, 말 그대로 민주주의가 후퇴하지 않게 하려면 검찰개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검찰이 바로 서야 민주주의가 바로 섭니다. 검찰은 독립되고 민주화되어야 합니다. 특히 검찰에게 부여된 특혜와 특권은 반드시 근절해야 합니다.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1997년 이후 편법으로 청와대에 근무하고 검찰로 복귀한 검사가 33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29명은 퇴임 후 그 다음 날 바로 검사로 재임용됐습니다. 현재에도 전직 검사 5명이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권력과 검찰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검사가 옷을 벗고 청와대에 가면 다시는 검사로 재임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밖에도 검찰예산을 법무부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이나, 검사가 잘못을 해도 옷만 벗으면 되는 관행을 척결하고, 검사가 뇌물수수 등의 죄를 범했을 때에는 변호사 개업을 못하도록 금지하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우리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원내에서, 저는 국민 속에서 계속 싸워나갈 것입니다. 서울광장에서 저는 국민들과 소통하고, 국민들의 생각과 요구를 듣고 수용하는「공감마당」을 열 것입니다. 청와대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 국민 서명을 받고, 작지만 소중한 현장 토론회도 갖고, 촛불집회도 열 생각입니다.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야당 대표로서 송구하기 그지없습니다. 서울광장에서 시민과 함께하면서 저도 성찰하고 고뇌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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