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철숙 위민인이노베이션(WIN) 사무총장 |
말단직원에서 시작해 10년 만에 임원자리에 오른 오철숙 WIN(Women in Innovation) 사무총장(55·사진)은 직장에서 성공하고 싶은 여성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간 인사담당자로서 여성 후배들을 지켜봤던 그는, 여성들이 충분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후배양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10년 만에 임원에... "늦은 만큼 치열하게 일한 것이 비결"
출발은 늦었다. 결혼 후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가면서 직장생활을 접어야만 했던 오철숙 사무총장은 한국에 돌아왔을 때 일을 다시 하고 싶다는 열망이 가장 컸다.
오 사무총장은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하던 때 큰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작은아이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다"며 "늦게 시작한 만큼 남들보다 더 치열하게 일했다"고 떠올렸다.
오 사무총장은 "내가 임원이 된 것은 딱히 내가 무엇을 잘해서라기 보다는 당시 일에 최선을 다하고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이 크다"며 "무슨 일이든지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몸을 던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 '관계' 중시하는 여성들... "네트워크에서 답을 찾아라"
오철숙 사무총장은 지난 1998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LWHR(Leading Women in Human Resources)라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LWHR은 외국계 기업의 인사 담당 여성 임원들이 모여 만든 모임으로, 10년 넘게 각 회사의 동향을 공유하거나 당면한 현안들에 대해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오 사무총장은 "일을 하면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만남(네트워크)을 지속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위기가 찾아왔을 때 혼자서 고민하는 것 보다는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선·후배를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훨씬 직장생활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그는 인사업무를 맡으면서 '여성들은 충분히 훌륭한데 위로 올라가는데 제약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닥친 어려움에 대한 해소 방법을 잘 모른다거나 리더십이 약하다는 이유로 여성이 인사고과에서 누락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가정과 직장 일을 병행하는데 따른 어려움,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등을 호소하는 여성들'에게 '코치'가 되어 주기 시작한 것이 벌써 몇 년째다.
오 사무총장은 "여성들은 직장생활을 할 때 어려운 일이 닥치면 혼자서 해결하려고 끙끙 앓다가 결국 그만두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막상 밖으로 꺼내놓고 보면 사소한 일 때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의 고민공유, 소통이 가장 필요한 것이다"고 강조한다.
그는 "상사 및 동료와의 갈등관리라든지 스트레스 관리 등에 취약한 여성들을 인사담당자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까 하다가 후배양성을 결심하게 됐다"며 "그동안 우리가 고민했던 것들을 같은 상황에 있는 후배들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 WIN에서 '이모작'을 시작하다
오철숙 사무총장은 WIN을 통해 후배양성에 더욱 힘쓰고 있다. 올해로 3년째를 맞는 WIN은 지난 2007년 11월 결성돼 국내외 70여개 기업, 120여명의 여성 임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WIN은 이번달 22일 4회째인 '차세대 여성리더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행사 때마다 WIN의 임원 한 명이 7~8명의 멘티를 맡아 멘토링에 나섰으며, 이번 주제는 '임원이 되기 위한 경력개발'이다.
오 사무총장은 "100대 기업의 여성임원이 69명인데, 75만명 중에 69명이면 우리나라 여성 임원들은 1만명 당 한 명 꼴"이라며 "그만큼 여성임원이 되기 힘든 현실이지만, 멘토링을 통해 의견을 공유하고 발전방향을 함께 모색해볼 수 있다"고 전한다.
또한 향후 임원들의 '은퇴 후 프로그램'도 모색 중이다. 성공과 실패를 두루 경험해 본 임원들이 은퇴 후에도 후배양성에 나서고,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다.
오 사무총장은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들이 힘들어서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강의, 상담 등을 통해 멘토가 돼 주는 등 은퇴 후 의미있는 일들을 기획하고 있다"며 "임원들이 은퇴 후에도 이모작을 지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js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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