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잦아들면서 국내 금융권의 라이벌 구도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금융권에서 수익창출을 위한 영업력 확대가 화두로 떠오르며 각 분야에서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
지난 2년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다시 경쟁 체제에 돌입한 양상이다.
아주경제는 금융업권별로 라이벌 기업을 정리하고 이들 기업의 현황과 향후 전망을 7회에 걸쳐 짚어본다.
(아주경제 김유경 방영덕 기자)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이 두 외국계 은행의 경쟁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두 은행이 가계대출·신용카드 등 소매금융을 중심으로 자산확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타겟 고객층이 중산층 가계로 같고,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 등 접근 방식도 비슷해 두 은행 간 전면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쌍둥이' 같은 사업전략… 번번히 '충돌'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외국계 은행답게 비교적 여신리스크가 낮은 가계 부문에 치중하고 있다.
두 은행이 현재 집중하고 있는 사업은 개인신용대출과 신용카드, 주택담보대출 등이다. 신용도가 높은 고객에게 마진이 높은 상품을 팔아 수익을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PB·외환 등의 특화 서비스를 더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인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고객군과 사업목표, 전략 등이 겹치다보니 두 은행은 '영토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 SC제일은행이 '퍼스트 시그니쳐 카드'를 출시하며 항공사 마일리지 카드 시장에 진출했을 때 금융권에서는 한국씨티은행에 대한 SC제일은행의 선전포고로 해석했다. 항공사 마일리지 카드는 한국씨티은행의 전통적인 텃밭이기 때문.
SC제일은행은 항공기 이용이 잦은 VIP 고객을 확대하겠다는 의도였지만, 결국 한국씨티은행의 영토를 침범한 모양새였다.
이에 질세라 한국씨티은행도 '참 똑똑한 A+ 통장'을 내놓으며 SC제일은행의 '두드림통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유입출식 통장 시장을 일정 부분 뺏어오겠다는 의도에서다.
또 올초 SC제일은행이 여·수신 실적을 반영해 고객의 등급을 결정, 마일리지를 나눠주는 '드림 멤버십 제도'를 시행하자, 한국씨티은행도 예금과 대출을 연계한 '깎아주는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으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 소매금융 둘러싼 '2라운드' 돌입 전망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소매금융 시장을 두고 2라운드에 나설 태세다. 이번에는 신용카드와 개인신용대출, 캐피탈 등 여신부문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 8일부터 2개월간 전국 모든 음식점 15% 할인 혜택 이벤트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2~3%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할인폭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한 신용카드 가입자 수를 늘려, 향후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한 주춧돌을 놓겠다는 전략에서다.
한국씨티은행도 내년 1월 31일까지 90일동안 예금과 대출·신용카드·펀드·외환 등에 대한 종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와우(WOW) 씨티은행'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행사는 한국씨티은행을 처음 이용하는 고객에게 긍정적 인상을 심어줘 중장기적인 예수기반 확보 및 이자·비이자수익 창출을 목표로 진행된다.
캐피탈 사업을 중심으로 한 경쟁도 활발하다.
씨티캐피탈은 '3개월 마다 이자할인'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매월 직전 이자율의 3%씩을 할인해 주는 식이다. 지주사 전환을 맞아 캐피탈 부문의 사업성을 키우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SC캐피탈도 이에 맞서 신속성과 간편성을 강조한 '스탠다드 간편대출' 상품을 지난 15일 출시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은 해외시장 진출시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가계대출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현재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간의 경쟁구도는 불가피한 측면이 크며, 충돌하는 횟수도 점차 잦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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