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최근 옵션만기일 마감 동시호가에 도이치증권 창구를 통해 1조6000억원에 이르는 매물을 내놓으면서 코스피는 5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일부 기관·개인 투자자는 당시 파생상품 거래에 나섰다가 예상보다 커진 지수 변동성 탓에 결제대금을 감당할 수 없었고 중개업자로서 이를 대납하는 증권사도 속출했다.
16일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 대손충당금은 전날까지 제출한 2010 회계연도 반기보고서(4~9월) 기준 767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26%(783억원) 감소했다.
증권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불어났던 대손충당금이 이처럼 감소세를 보였으나 11일 옵션만기일에 불거진 도이치증권 사태로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스피는 옵션만기일 동시호가에 도이치증권 창구에서 나온 매물 여파로 53.12포인트 하락하면서 올해 최대 낙폭을 보였다.
금감원은 이러한 과정에서 국내 증권사가 입은 파생상품 거래 관련 손실을 1100억원대로 잠정 집계했다.
구체적으로 알려진 와이즈에셋자산운용과 하나대투증권 사례만 봐도 손실 규모가 900억원에 육박했다.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이 이번 만기일에 옵션거래로 899억원 규모 손실을 내면서 추가 증거금 760억원을 미납하자 이 거래를 중개한 하나대투증권은 이를 대납했다.
증권가는 3월 말 기준 135억원인 이 운용사 자기자본 수준을 감안하면 이번 손실로 파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나대투증권이 소송으로 대납액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소가 상당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쌓게 될 수 있다"며 "금감원에서 잠정 집계한 손실뿐 아니라 파악되지 않은 여타 증권사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건섭 금감원 금융투자서비스국장은 "도이치증권 사태에 따른 전체 손실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주식시장 특성상 불가능하다"며 "증권사 손실 추정치 1100억원은 하나대투증권과 유사한 사례만 모은 것"이라고 밝혔다.
9월 말 현재 10대 증권사 대손충당금을 보면 동양종금증권이 작년 같은 때보다 55.85%(660억원) 증가한 1844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우리투자증권(1501억원)과 신한금융투자(1271억원), 대신증권(1069억원), 대우증권(608억원), 한국투자증권(356억원), 현대증권(328억원), 미래에셋증권(305억원), 하나대투증권(284억원), 삼성증권(104억원) 순이다.
금융위원회가 제정한 금융투자업규정을 보면 증권사는 여신 분류(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에 따라 최대 100%를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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