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家)의 모태기업으로 구구절절한 사연이 얽혀 있는 현대건설의 본입찰이 마감됐다. 현대차그룹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인수 후 현대건설을 '세계 초우량기업으로 육성시킨다'는 중장기 사업청사진을 제시하고 본입찰에 응했다. 또 현대그룹은 인수 명분 면에서 앞선다는 분석하에 비장한 각오로 본임찰에 임해 주목을 끌었다.
◆현대건설은 누구의 품으로...
현대건설 인수가는 평균 3조 5000억~4조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그럼 양 그룹은 본입찰에서 얼마를 제시했을까. 일단 양그룹은 양보없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최고액'을 썼을 것으로 분석된다.
두 그룹은 일찌감치 현대건설 인수에 필요한 4조원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자신감을 보여왔다. 이때문에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5조원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까지 대두됐다.
이에따라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입찰가로 얼마를 적어냈는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두 그룹이 제시한 인수가격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현대건설 주주협의회가 지난 14일 확정한 선정기준에 따르면 가격 요소가 당초보다 낮아진 반면 자금조달이나 경영능력 등 비가격 요소가 다소 높아져 막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은 가격 요소 65%, 비가격 요소 35%로 결정됐다. 대우건설 매각 때(가격 67%, 비가격 33%)와 비교해 보면 비가격 요인이 소폭 높아진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재무능력과 자금조달능력 등을 중시하면 자체 자금으로 인수에 나서는 현대차그룹이 외부 차입이 많은 현대그룹보다 유리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현대차룹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무차입 인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6월말 기준 3사의 현금성 자산과 예금만 10조원을 웃돈다.
반면 현대그룹은 독일 M+W그룹이 막판에 참여를 철회하면서 혼선이 빚어지는 등 일시적으로 자금동원에 애로를 겪는 모습이었으나 내부적으로는 '이상 없다'는 분석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조기 선정
채권단은 15일 입찰제안서를 마감한 후 이르면 1~3일 내에 심사를 마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발표할 방침이다. 두 그룹은 채권단으로부터 입찰제안서 심사를 받은 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이달 말까지 현대건설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내년 1~2월 주식매매계약과 주식대금납부 절차를 거쳐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인수에 성공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미국 및 브라질 고속철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현대로템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2020년까지 현대건설에 10조원을 투자해 수주 120조, 매출 55조원의 기업으로 키우고 건설을 그룹 전체의 3대 핵심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반면 현대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이 되면 비전 발표 등을 통해 본 계약을 차질없이 마무리짓겠다는 복안이다.
현대그룹은 그 동안 정통성을 내세워 TV와 신문광고 등을 통해 인수 당위성을 집중 홍보해왔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정체돼 있는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에서 향후 현대건설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실패할 경우 현대건설 주식우선매수청구권 요구 등 법정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