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정부는 물론 민간 부문까지 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한 결과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특히 환율 전쟁의 두 주역인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율하면서 경상수지 불균형 조기경보제 도입 등의 합의를 이끌어낸 점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글로벌 금융규제 개혁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고, 한국이 제기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과 개발의제 등 이른바 '코리아 이니셔티브'는 G20의 정체성을 확보하는게 기여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대출제도 개선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 방안은 글로벌 경제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환율 분쟁의 경우 미국과 중국이 한 발씩 양보하기는 했지만 완전한 합의를 이룬 것은 아니다. 양국의 향후 경제성장 추이에 따라 언제든지 분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
글로벌 금융규제 개혁의 핵심 사안인 글로벌 SIFI(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도 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붙을 수 있기 때문에 최종 합의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코리아 이니셔티브도 한국이 의장국에서 물러나면 추진 동력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확실해졌다.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내용들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 G20 회의 개최 과정을 지켜본 기자로서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최근 기자가 만난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관료들이 해외 파견 근무보다 국내 근무를 선호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진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해외 경험이 많지 않으니 국제 감각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선진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국제 감각을 지닌 전문가들을 대거 양성하고 외부 인력 충원에도 개방적이어야 할 것이다.
정보력도 더 키워야 한다. 이번에 한국이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의장국으로서 각국의 정보를 취합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정상회의 때부터는 이 같은 메리트가 사라지는 만큼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간과 비용·인원 등의 자원을 적절히 안배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의를 지켜본 한 전직 관료는 정부가 지난 11~12일 개최된 정상회의에 활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올인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정상회의가 끝난 후에도 조율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이미 모든 역량을 다 쏟아부어 다들 기진맥진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 개최로 한국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높아진 위상을 유지하기 위한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이재호기자@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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