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한국의 가입 추진 여부가 주목된다.
TPP는 당초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브루나이 등 4개국이 시작해 지금은 미국과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9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협정을 타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TPP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별로 주목받지 못했으나 최근들어 캐나다,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이 참여 의사를 표명하면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한국도 TPP에 참여해야 한다고 권고해왔으나 아직까지 정부내 실무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아.태지역의 여러 나라들이 TPP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우리나라도 주시해온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실무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하거나 참여를 검토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향후 그 전략적 가치가 상당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한국으로선 검토할 부분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 대통령도 인터뷰에서 "상징적 효과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 효과는 알 수 없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미국이 TPP를 주도하고 나선 뒤 정부내에선 미국의 진의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왔다.
일각에선 미국이 지난 2007년 한미 FTA를 체결하고도 국내비준절차에 돌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TPP를 본격 거론하고 나선 점을 지적, 미국이 한미FTA를 무력화시키고 대안(代案) 차원에서 이를 추진하는 게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미 체결해 놓은 한미 FTA는 방치하면서, 새로운 FTA를 하겠다며 한국에게 참여를 요청하는 것은 뭔가 다른 속셈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것.
이들은 미국과 현재 TPP 참여국가들과의 교역량을 다 합해도 한미 양국간 교역량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미국이 진정으로 자유무역을 원한다면 우선 한미 FTA 진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미국이 한미 FTA 진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런 오해의 시각은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TPP를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용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중국이 미국에 맞설 수 있는 `G2(2대 초강대국)'로 급부상하면서 이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중국의 인접국들과 경제블록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거나 중국이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경우 한국의 TPP 가입은 득(得)보다 실(失)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으로선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중국이 들어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지만 TPP가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스탠스를 취한 적이 없다"며 가설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TPP는 원칙적으로 농산물을 포함해 모든 상품의 관세를 완전히 철폐하는 높은 단계의 FTA이기 때문에 쌀을 비롯해 일부 농산물 개방에 대해 조심스러운 한국으로선 곰곰히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TPP를 가입하겠다고 선언한다고 해도 곧바로 가입되는 것은 아니다.
TPP 참여국가들이 최근엔 참여를 무조건 환영하기보다 엄격한 심사를 통해 가입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최근 캐나다가 가입을 신청했다가 결정이 보류됐고, 일본도 이번 아.태 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개최하면서 TPP 가입 의사를 공식화했지만 아직까지 TPP참여국들의 반응은 냉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이번 이 대통령의 TPP 참여여부 검토 발언은 향후 이 문제에 대한 정부내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