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권오상(36)이 오랜만에 개인전을 열어 관객을 만나고 있다.
워낙 오라는 곳이 많아 2006년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개인전을 열었지만, 미국과 중국, 영국 등 외국에서 열렸던 탓에 한국에서의 개인전은 4년 만에, 서울에서의 개인전은 근 10년 만이다.
인물 사진 수백 장을 찍은 뒤 이를 조각조각 잘라 인체 모양의 스티로폼에 이어 붙인 '데오도란트 타입' 시리즈와 잡지에서 오려낸 보석과 시계 사진을 세워 찍은 '더 플랫' 시리즈가 조각 작품인지 의심해온 관객이라면 덩어리를 강조하는 '더 스컬프쳐' 시리즈의 신작으로 꾸며지는 이번 전시는 권오상이 '진짜 조각가'임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듯하다.
"가벼운 조각을 하고 싶어 사진을 이용한 조각인 데오도란트 타입 작업을 했었죠. 그런데 너무 복잡해서 간단하게 하려다 보니 더 플랫 시리즈를 하게 된 거고요. 그러다 진짜 조각을 해보자 싶어서 시작한 작업이 더 스컬프쳐 시리즈입니다."
'진짜' 조각의 대상으로 작가가 선택한 것은 오토바이다. 위인들을 동상으로 만들어 보존하듯이 공산품 중 길이 보존할 만한 디자인 역시 조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두카티 마크 헤일우드 900ss, 엠브이 아구스타 브루탈레, 두카티 데스모세디치, 두카티 750ss 등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유명한 오토바이들을 골라 실물 크기로 재현했다.
오토바이에는 바퀴와 핸들이 없고 몸통만 있다. 인체의 아름다움을 순수하게 표현하기 위해 얼굴과 팔다리 없이 몸통만을 표현하는 토르소(torso)처럼 오직 본체만으로 오토바이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알루미늄으로 뼈대를 만들고 스톤클레이(지점토의 일종)로 살을 붙인 뒤 색칠을 하고 레진으로 마무리해 광택을 낸 오토바이는 '예술품처럼 보이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작가의 질문이자 대답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조각의 요소인 덩어리와 작가의 혼이 담긴 듯한 터치, 시대를 풍미하는 디자인, 광택, 붓 터치…. 흔히 말하는 예술적인 요소들을 한 데 조합하면 정말 그럴싸한 예술이 될 수 있을까가 궁금했어요. 그런 요소들을 실제 조합해 본 거죠."
청담동 '갤러리 2'에서 12월19일까지. 02) 3448-2112.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