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광부 구조 한달…안전문제는 제자리

2010-11-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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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산호세 광산 지하 700m갱도에 매몰됐다가 지난달 13일(현지시간) 69일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한 칠레 광부 33인이 13일로 구조 한 달째를 맞았다. 이들은 여전히 스타 대접을 받으며 다시 찾은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들에게 예루살렘 성지순례를 제안했고 그리스와 도미니카공화국, 디즈니월드 등에서도 초청장이 쇄도했다.

광부 에디손 페냐는 뉴욕마라톤를 완주해 관심을 모았고 미국의 인기 토크쇼인 데이비드 레터맨쇼에 출연해 자신이 갱도에 매몰됐을 당시 즐겨 불렀던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다시 부를 기회도 주어졌다.

광부 33인 전원은 CNN방송의 '히어로스'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로 여행을 떠나며 이후에는 영국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날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영국으로 향한다.

이들은 각국 언론사들의 인터뷰 요구에 수천달러를 요구하기도 하고 놀라운 생존 스토리를 책으로 출간하거나 영화화하기 위한 출판사들과 영화사들의 접촉도 이어지고 있다.

광부들은 당장은 대중의 관심과 언론의 조명을 즐기고 있지만 점점 주위의 관심이 시들해지고 돈이 떨어지면 대부분 광산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이들이 다시 돌아가게 될 광산은 매몰 당시와 비교해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광부들이 구조된 직후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위험하고 비인간적인 작업환경을 갖춘 산호세 광산 같은 곳이 없도록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칠레 정부는 현재 18명인 광산 안전 조사관의 수를 45명으로 늘려 매년 각 광산에 대해 최소 2회씩 안전 점검을 실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산호세 광산이 있는 아타카마 지역에서는 여전히 4명의 조사관이 2500개의 탄광을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광산 전문가 미겔 포르트는 매몰된 광부들을 성공적으로 구조했다고 해서 광산들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더 많은 조사관들이 필요할 뿐 아니라 더 숙련되고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조사관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구조 직후 광산 작업환경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치했지만 위원회의 초기 제안들을 모두 거부했고 광산안전 조치들에 대한 논의도 의회가 개회하는 내년 3월까지 진행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심리학자들은 광부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이들이 하루 속히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광부들도 다시 광산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이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

생존 광부 오마르 레이가다스는 "우리는 광부들이고 그곳이 우리의 생업인만큼 대부분 광산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지난 뒤에도 우리는 여전히 괜찮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몰 당시나 구조된 뒤에도 한번씩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는 그는 "만약 우리가 두려움을 안고 광산으로 돌아간다면 일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두려움 많은 광부는 사고를 부르고 언제든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환 광부들을 광산 안전 조사원으로 고용할 것을 칠레 당국에 제안했으며 그의 이같은 제안은 피녜라 대통령에게도 전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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