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물과 빛이 빚은 화려한 개막식

2010-11-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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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린 물과 첨단 장비를 동원한 휘황찬란한 조명, 그리고 한계를 가늠할 수 없는 인간의 두뇌와 육체가 합작해 그려낸 한 폭의 화려한 영상 수채화.

   12일 밤 7시18분부터 4시간30분 동안 중국 광저우 주장 하이신사 특설무대에서 펼쳐진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은 유구한 세월을 거쳐 확립된 중국 문명의 결정판이자 영상 미학의 집약판이었다.
   중국인이 100년간 품어왔던 꿈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 식전 공연에서 총연출을 맡은 거장 장이머우의 손에서 완성됐다면 광둥성 및 화남지방을 상징하는 란닝문화는 올림픽 당시 부총감독이었던 천웨이야의 지휘로 중국을 넘어 아시아로 퍼져 나갔다.

   7시18분 '강물을 따라 항상 행복하게'라는 노래에 맞춰 주장 세 군데 부두에서 이번 대회 참가 45개국을 상징하는 형형색색의 보트가 차례로 퍼레이드를 펼치면서 16일간 항해의 시작을 알렸다.

   총연장 2천129㎞인 중국에서 세 번째로 긴 강 주장은 광저우의 젖줄이자 풍요로움을 압축한 이번 대회 최대 상징물이다.

   밑으로는 화사한 불빛으로 치장한 보트가 77분간 도도하게 흐르는 주장을 가르고 위로는 중국 개혁의 심장부 광저우의 높게 뻗은 마천루에서 뿜어낸 다채로운 조명이 조화를 이루면서 광저우는 순식간에 빛의 도시로 변한다.

   특설무대 객석을 가득 메운 3만3천여 관중이 개막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을 일제히 외친 가운데 9시 14개월간 막대한 자금과 시간, 노동을 투하해 공을 들인 식전 공연이 펼쳐진다.

   생명의 기원은 곧 물이라는 의미를 담아 곳곳에서 물이 샘솟고 돛을 형상화한 4개의 LED 대형 스크린이 몸을 일으켜 선명한 광채를 내뿜는다.

   등을 든 무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물을 자양분 삼아 광저우를 상징하는 판자 나무 붉은 꽃이 화사한 얼굴을 활짝 들어낸다.

   녹색 등을 든 180여 소녀 무희들은 해파리처럼 무대를 점령, 꽃이 핀 뒤 맞는 따뜻하고 달콤한 인생을 노래하고 스크린에는 란닝 문화를 대변하는 그림과 예술 작품이 이어진다.

   고기를 잡으러 격랑이 몰아치는 바다에 나간 남편과 그들을 기다리는 부인들의 마음을 담은 '바다 위의 배'라는 공연에서는 600여 남성 공연단이 4개의 돛 사이에 고정물처럼 자리 잡고 있던 배를 무대 중앙으로 이끌어 내 찬사를 이끌어낸다.

   총 연장 250㎞에 달하고 722개에 달하는 와이어를 이용, 풍랑에 휩싸인 배를 실감 나게 표현한다.

   여기까지가 광저우의 과거 문화를 담았다면 광저우를 다양하게 뜻하는 '바이윈(白雲)으로 항해'에서는 참가 45개국에 세계로 뻗어가는 광저우와 중국을 소개한다.

   만리장성과 자금성, 2008년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이었던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과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수영장 워터큐브 등 국가 상징물이 스크린을 타고 광저우의 야경과 상하이 엑스포 시설, 유인우주선 성공 장면까지 신중국 선포 60주년을 맞아 그간 이뤄놓은 역작이 파노라마처럼 흐른다.

   오와 열을 맞춰 와이어를 이용해 공중과 지상에서 인간이 밀고 당기는 꼭두각시쇼는 개막 행사의 하이라이트다.

   올림픽 정신의 완벽한 구현에 초점을 맞춘 이 공연은 지상에서 조종하는 무리의 움직임에 따라 공중에 뜬 무리가 여러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중국의 문명과 역사는 벌떼같은 민중의 힘으로 탄생했다는 사실을 새삼 강조한다.

   개막 공연이 막을 내린 뒤 10시15분부터 각국 선수단이 입장했다.

   핸드볼 특급스타 윤경신(37.두산)이 대형 태극기를 들고 입장한 한국 선수단은 알파벳순으로 16번째 입장했다. 북한은 그에 앞서 7번째로 경기장에 들어왔다.

   역대 최다인 806명의 선수를 내보낸 한국 선수단은 흰색 하의에 하늘색 정장을 입고 광저우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무대를 밟았다.

   원자바오 총리의 개회 선언이 있은 뒤 하이신사 주변 곳곳에서 대회 시작을 축하하는 불꽃이 하늘로 높이 솟았다.

   42개 종목, 476개 금메달이 걸린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65개 이상을 따내 아시안게임 4회 연속 2위 수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13일 사격과 유도가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 낭보를 전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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