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2일 프랑스가 병인양요 때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를 사실상 한국에 반환키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을 통해 외규장각 의궤 296권을 일괄 대여해 5년 단위로 갱신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한국에 반환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양국 정상이 발표한 합의문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BNF)에 소장돼 있는 외규장각 왕실 의궤 전체를 한국에 대여해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하며, 양국 수교 130주년이 되는 2015-2016년에 '상호 문화교류의 해'를 추진키로 했다.
두 정상은 또 조속한 시일 내에 양국 협상대표 간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문을 작성하고 BNF와 국립중앙박물관 간 협약 체결을 통해 실질적 이행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합의문은 "의궤들은 곧 한국 국민 정체성의 일부로 한국의 얼의 근본적인 요소를 구성하고 있다"면서 "양국 간 오랜 우의의 역사에 입각한 각별한 관계에 기반해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로써 18년간 끌어온 외규장각 의궤 반환 협상은 최종 마무리되고 마지막 실무 협상을 거쳐 반환되는 절차만 남게 됐다.
정부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협상에 임해온 박흥신 주불대사는 "지난 3월부터 힘겨운 협상을 벌였지만, 양국 간 오랜 우의와 역사에 입각해 합의를 이끌어냈다다"면서 "앞으로 6개월 이내에 이 도서들이 한국에 돌아올 수 있도록 나머지 협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번 합의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크게 기여한 자크 랑 전 프랑스 문화장관은 "양국이 많은 장애물을 극복하고 합의를 이끌어낸 것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오늘 정상간 합의가 재대로 이행되도록 반드시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랑 전 장관은 "표현은 대여이지만 한국에 가면 돌아오지 않는 사실상의 반환"이라면서 "이번 합의는 이미 경제.기술.정치분야에서 잘 유지되고 있는 양국 관계에 왕관을 씌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G20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합의 내용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문화유산이 어디에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한국에게 있어 외규장각 도서가 정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게도 굉장히 좋은 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