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정문 일부 수정 불가피..韓, 전문직 비자 쿼터 얻어
'큰 틀의 합의'를 이루며 급진전됐던 한미 간 자유무역협정(FTA) 쟁점현안 논의가 10일 타결을 눈앞에 두고 때아닌 복병을 만나 난기류에 휩싸이며 난항을 겪고 있다.
양측은 오후에 다시 만나 협의에 나서기로 했으나 양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이날 중 완전 타결을 보장할 수 없을 정도로 유동적인 상황으로 반전됐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한미 통상장관회의에서 미국은 끊임없이 쇠고기 문제를 거론하려고 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문제가 아무런 갈등없이 자연스럽게 넘어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막바지인 3일째 회의에서 미국측은 협상테이블에 쇠고기 관련 자료를 잔뜩 올려놓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확대 문제를 협의할 것을 우회적으로 압박했으나 한국측은 "쇠고기 문제를 의제로 삼는다면 더이상 협의에 응할 수 없다"고 맞서는 등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도 "아직까지 협상테이블에서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협의되지는 않았다"면서도 "미국이 쇠고기 수입확대 문제를 논의하고 싶어하는 것은 다 아는 사실 아니냐"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요구가 의제에서 제외된 것이 아님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 간 FTA 협의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상황은 더 유동적이 됐다"면서 "타결 쪽으로 급진전되다가도 갑자기 어려움에 봉착하는 등 상황이 출렁이고 있다"고 전했다.
양측은 지금까지 논의를 통해 미국측이 대표적인 비관세 무역장벽이라고 주장해 온 자동차 연비 및 온실가스 배출규정 적용 예외기준에 대해선 한국이 당초 판매대수 1천대 미만에서, 1만대 미만으로 완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 차종별 연간 판매대수가 3천대도 안되는 미국산 자동차들은 오는 2015년부터 한국에서 연비 ℓ당 17km 이상, 온실가스 배출량 140g/km 미만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판매가 가능하게 됐다.
현재 연간 6천500대 미만 판매 자동차에 대해 허용되는 한국의 안전관련 자기인증 범위도 연간 판매대수 1만대로 허용범위를 확대하고 제3국에서 수입된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환급(duty drawback) 상한을 한.EU(유럽연합) FTA에 명시된 대로 5%로 제한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했다.
향후 10년간 25%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키로 한 한국산 픽업트럭 관세에 대해서도 관세철폐시한을 연장하거나 스냅백(snap back.관세철폐환원조치)을 적용키로 하고 세부 논의를 진행중이다.
또 양측은 지금까지 핵심쟁점인 자동차 이외에 의약품, 농업 등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협의를 진행하며 `이익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통상장관회의에서 논의를 진행해온 영역이 훨씬 복잡하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 미국측은 지난 2007년 약속했으나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는, 한국에 대한 전문직 비자 1만5천개 배정을 조속히 이행하기로 거듭 확인했고, 농업 및 의약품 분야에서도 한국의 요구를 대체로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됐던 합의내용을 어떻게 담을지 형식문제에 대해선 한국측이 `협정문에서 점 하나 고칠 수 없다'는 입장에서 다소 물러나 기존에 체결된 협정문 본문이나 부속서의 일부를 수정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미 FTA가 최종 타결될 경우 한국 정부는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다시 제출해 주관상임위인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본회의에서 표결해야 하는 상황이 됐으며 국회 심의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은 한미 FTA가 발효될 경우 가져올 전체적인 이득을 강조, `국익을 위한 결단'임을 역설하고 있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퍼주기 협상'이었다며 벌써부터 한미 FTA 비준반대를 주장하고 있어 한미 FTA 국회 비준과정에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기사제공=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