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받는 사람이 없는 모두를 위한 G20이 돼야 합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민주당 대표 손학규입니다.
오늘 아침엔 여러분께 질문 하나 드리는 것으로 시작할까 합니다. 내일이 11월11일인데, 이날이 무슨 날인지 혹시 알고 계신지요? 임박한 G20 정상회의를 떠올리시는 분도 있을 것이고, 빼빼로 데이를 생각하는 젊은 연인들도 있을 겁니다. 모두 맞습니다. 그런데 이 날은 또 농업인의 날이기도 합니다.
이른 아침에 제가 엉뚱한 질문으로 시작한 까닭은, 자칫 한 가지에만 몰두하다 그만큼 중요한 다른 일들을 우리가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내일이면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립니다. 세계 정상들이 우리나라에 모입니다. 한 자리에 모여서 환율․무역과 같이, 경제에 관한 중대 사안을 논의하게 됩니다. 가슴 뿌듯한 일입니다.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보여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100여 년 전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2차 만국평화회의에 파견된 이준 열사가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자결했던 아픈 역사를 기억하십니까?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는 외국 언론의 비아냥거림을 기억하십니까? 50~60년대 배고팠던 보릿고개, 70~80년대 압제의 눈물고개를 기억하십니까? 그리고 절망하고 참혹했던 IMF 외환위기를 기억하십니까?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우리는 정말 놀라운 성취를 이뤄냈습니다. 얼마나 크고 대단한지…, 자부심을 가져도 충분합니다. 그러니 무탈하게 행사가 진행되기를 염원하는 것은 이 땅에 발 딛고 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G20은 단지 외국정상들이 모여서 건배를 하기 위한 잔치가 아닙니다. 금융위기를 교훈 삼아 세계 경제의 활로를 찾고, 그 속에서 각기 자기나라의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자리입니다. 국익을 지키기 위한 숨 가쁜 경쟁이 불꽃 튀는 자리입니다. 우리 정부는 잔치홍보에만 열 올릴 것이 아니라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우리나라의 이익을 챙겨야 할 것입니다. 행여나 행사 잘 치렀다는 말을 듣기 위해, 또 공명심에 눈이 어두워, 국민이 손해 보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양보가 미덕은 아닙니다.
또 한 가지 있습니다. G20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 서민들의 눈물은 뒤로 감추는 권위주의적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됩니다. 행여 외국의 손님을 맞이하느라 우리네 이웃의 아픈 사정과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잔치 때문에 잊히고 버려지는 사람은 없는지 챙겨야 합니다.
세계 각국의 정상과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한 청사초롱의 불은 환하게 밝혀져 있습니다. 그런데 리어카 한 대가 유일한 생존수단인 노점상들은 한 숨 속에 불을 꺼야합니다.
정상회담을 무사히 치르기 위한 치안 때문에 행사장 일대의 거리 곳곳에는 경찰이 넘쳐납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국민들의 동네를 지킬 민생치안은 염려스러울 정도로 소홀하게 취급돼 불안합니다.
전 세계인에게 보일 큰 길은 거리마다 말끔한 모습으로 깨끗해졌습니다.
그런데 그 길 위에서 어렵사리 삶의 희망을 일궈가던 노숙자들은 대책 없이 쫓겨났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G20을 치른다면서 서민들, 그리고 소외된 우리 이웃들을 내치는 것을 보면서, 떠오르는 시구가 있습니다. 춘향가에 나오는, 많은 분들도 아는 노래입니다. "금잔의 맛있는 술은 천사람 백성의 피요, 옥소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백성의 살이라. 촛농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성이 높았더라." 이명박 정부는 G20 개최가 이명박 정부의 공 세우기가 아닌 바로 이 땅의 국민들, 어려운 서민들을 위한 것임을 한 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국민은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룩한 위대한 국민입니다. 진정한 경제발전은 힘 있고, 백 있고, 돈 있는 사람들만의 경제가 아니라 더불어 잘 사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G20은 번지르르한 겉모습을 보여주는 가식적인 행사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며 살아가는지, 이웃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를 보여주는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정부가 민간인을 불법 사찰하더니, 청와대가 대포 폰을 개설해 이를 은폐하려 했습니다. 천문학적인 국가예산을 퍼부어 4대강 사업을 마치 군사 작전하듯이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서민들 복지예산은 소리 소문 없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미 FTA 밀실 재협상을 통해 우리 국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G20 행사가 무사히, 성공적으로 잘 치러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지금, 한 말씀을 드려놓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외국의 손님을 맞이하는 잔치는 잘 치러야 하기에 끝날 때까지 인내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반서민 정책, 그리고 민주주의 파괴는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겠습니다.
G20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저희 민주당은 대포 폰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할 것입니다. 특히, 한미 FTA 재협상이 끝내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균형을 깬 것이라면, 전 국민과 함께 단호히 반대투쟁에 나설 것임을 이 자리를 빌려 분명히 밝힙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강토를 훼손하는 4대강 사업은 예산심의를 통해서 저지하고, 여기에 낭비하는 재정을 민생과 복지 예산으로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G20을 통해 우리나라를 자랑하는 만큼 주위를 다시 한 번 돌아봐주십시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G20이 열리는 날은 농업인의 날이기도 합니다. FTA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될 우리 농민들을 생각해 주십시오. 청사초롱 밝은 거리 뒤쪽, 그늘 진 곳에서 소외받고 힘들어 하는 우리 이웃을 더 힘껏 보듬어 주어야 할 때입니다.
다가오는 추위에 감기 조심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