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정정공시, 보다 꼼꼼해져야

2010-11-0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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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는 다 챙겨보는 편인데, 정정공시가 너무 자주 있어 황당해요."

얼마 전 개인투자자들의 모임에서 만난 한 투자자의 발언이다. 이 투자자는 기업들의 정정공시가 빈번하여 투자할 때 혼란스러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며 이같이 말했다.

나중에 나오는 '뒷북 공시' 탓에 투자종목의 사업보고서 등을 살펴본 이후에도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들어가 공시현황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다는 설명이다.

어닝시즌과 함께 연말을 준비하면서 기업들의 정정공시가 다시 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비교적 규모가 작은 기업부터 시작해서, 홍보대행사도 갖춘 유가증권시장의 대기업들까지 업무 실수가 잦아졌다. 유상증자 규모가 변경된다든가 하는 업무상 불가피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기업 공시 담당자들의 어이없는 실수 탓에 정정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연말이 된데다 실적발표까지 겹쳐 기업들의 업무가 과중돼 실수가 나오는 것은 충분히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문제는 예전부터 넘쳐나는 정정공시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는 데 있다. 재무제표 단위를 잘못 기재했다가 수정하는 등 꼼꼼하지 못한 기업들 탓에 투자자들은 습관적으로 공시를 여러 번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나마 기업들이 스스로 정정공시를 했다면 다행이다. 실수한 것을 기업에서 알아차리지 못한 경우에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일부 부도덕한 기업들은 실매출을 일부러 높게 표기한 후 나중에 정정공시로 발뺌을 한다거나, 공급계약 내용 체결이 사실이 아니라고 정정공시하는 식으로 악용하기도 한다. 

공시는 기업과 투자자들간의 신뢰성 문제다. 숫자와 정보에 민감한 주식시장에서 지나친 정정공시는 해당 기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실수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기도 하는 법이니, 잦은 정정공시는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가져올 수 있어 위험하다.

기업들은 공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공시 내용에 철저히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공시를 관리하는 거래소 역시 제도적인 개선책은 없는지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심재진 기자 jjs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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