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연준이 경제 성장세 둔화 속에 실업률이 9.6%에 달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가장 논리적인 대책을 내놨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알랜 러스킨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이날 파이낸셜타이스(FT)에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시장을 실망시킨 적이 없다"며 "연준은 대중의 기대에 가장 근접한 조치를 내놨다"고 평가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이번 조치가 미국 경제 성장세에 탄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잰 해지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CNBC와 가진 회견에서 미국 경제는 향후 수분기 동안 1.5~2% 대의 더딘 성장세를 이어가다가 내년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3%로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연준이 이날 발표한 QE2 조치에 대해 "의미가 각별하지만 극적이지는 않다"면서도 "향후 수개월간 금융시장의 숨통을 틔우며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리치우토 미즈호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5~6년 만기 국채를 주요 매입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고 지적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이날 연준이 집중적으로 매입하려는 것이 5~6년 만기 국채라고 밝혔다.
최근 투기 수요로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 대해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방안이 미흡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닐 소스 크레디트스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당한 규모의 자산을 매입키로 한 연준의 이번 조치는 미국의 통화정책 역사상 의미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면서도 "연준이 기대만큼 '올인'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연준은 향후 8개월 동안 매달 750억 달러 어치의 국채를 매입하기로 하면서 최악의 경우 매입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여지를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저금리 기조에도 기업들은 여전히 투자를 꺼리고, 주택시장은 낮은 대출금리에도 큰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미 유동성이 확보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자금 유입은 제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공화당의 압승으로 끝난 미국 의회 중간선거의 역풍도 우려했다.
미 하원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인 마이크 펜스 의원은 "연준의 양적완화 조치로 달러화가 처하게 될 위험은 예측하기 힘들 정도"라며 "의회는 인위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려 근본적인 문제를 감출 것이 아니라 경제를 살리기 위한 성장주도형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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