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인 환율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인위적 환율조정보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제 체질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4일 `1985년 플라자 합의의 이행과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G20에서 환율과 경상수지 불균형을 다루는 모습이 1985년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선진 5개국의 플라자 합의와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같이 조언했다.
한은에 따르면 당시 경상수지와 재정수지의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은 플라자 호텔에서 이들 5개국이 모여 달러화 가치를 6주 만에 10~12% 절하시키기로 하고 함께 시장에 개입했다.
이후 달러화 약세에도 미국의 적자가 더 쌓이자 1987년 다시 `루브르 합의'를 통해 각국의 거시경제 정책을 조정, 경상수지 불균형은 점차 사라졌지만 이 과정에국가 간 정책 공조에 균열이 생겨 1987년 10월 주가가 폭락한 `검은 월요일'로 이어졌다는 것.
한은은 "올해 들어서도 미국이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려고 중국 등 경상수지 흑자국을 압박하고 있으며, 흑자국은 미국의 정책 기조 전환을 촉구하며 이에 맞서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미국에 대항할 만한 신흥 강대국을 견제하는 목적도 엿보인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한은은 "미국은 G20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다자간 협력체제를 통해 `제2의 플라자 합의'를 도출하려 하고 있다"며 "그러나 환율과 경상수지의 불균형은 단순히 환율에 변화를 줘서 바로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환율 조정 역시 "플라자 합의 때는 5개국이 당사자로 참여했지만 지금은 훨씬 많은 국가가 이해 당사자이므로 일사불란한 조정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재정 건전화 노력을 기울이고 신흥국은 내수를 확대하는 등 경제체질의 변화가 더 중요한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은은 "플라자 합의 이후에도 정책 공조의 균열이 주가 대폭락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시장이 지나친 기대를 하지 않도록 국가 간 합의는 `실행 가능한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