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민지 기자) 일본 정부가 주러시아 대사를 불러들이면서 '소환이 아닌 일시귀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3일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에하라 세이지 외무상은 2일 기자회견에서 고노 마사하루 대사를 불러들이는 것과 관련, "(러시아측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를 듣기 위한 것"이라며 일시 귀국이라고 강조했다.
마에하라 외상은 또 이번 조치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쿠릴열도 방문에 대한 항의 조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일본측이 굳이 이런 설명을 하는 것은 나름대로 복잡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일본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남쿠릴열도에 러시아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방문한 만큼 여론을 의식하는 일본 정부로서는 가만히 있기 어렵게 됐다.
이미 러시아 쪽에서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남쿠릴열도 4개 섬 중 하보마이나 시코탄을 추가 방문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 섬은 구소련이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에 일본에 넘겨줄 수 있다"고 밝힌 지역.
'섬 2개가 아니라 4개를 넘겨달라'고 요구해온 일본으로서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하보마이 방문설을 듣고 '이러다간 아무것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에 휩싸였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자칫 외교관계 단절의 전 단계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사 소환 조치를 취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은 13, 14일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주최할 예정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번 회의의 주요 손님 중 한 명이다.
더구나 이번 회담기간에 일본과 러시아 양국은 간 나오토 총리와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양자 회담을 논의하고 있어 일본이 강수를 꺼내 들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3일 "APEC 회담이 열리는 기간에는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 대사가 귀국하는 게 관례여서 이번 (주러 일본 대사의) 일시 귀국이 끼치는 외교적 영향은 작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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