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납치피해 외국인 공개 증언 잇따라
북한에 의해 가족이 납치됐다고 주장하는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납치 경위와 그동안 겪은 고통을 공개적으로 증언했다.
태국인 반종 판초이씨는 31일 오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북한에 의한 납치문제 해결 국제연합'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할아버지는 6.25 참전용사인데 할아버지의 딸인 고모도 북한에 납치돼 억류돼 있다"며 "고모의 납북 사실이 확인되기 3개월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면 심경이 매우 복잡해지실 것"이라고 말했다.
반종씨는 이어 "북한이 고모를 납치한 것을 (여러 경로로) 확인했는데도 북한의 김정일은 그런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면서 "고모가 납치당한 뒤 우리 가족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런 짓을 자행한 김정일은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아야 한다"면서 "북한과 우호 관계를 의식해 강하게 문제삼지 않는 태국 정부도 비난받아야 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루마니아인 가브리엘 붐베아씨는 "1978년 로마에서 실종된 누나(도이나 붐베아)가 북한에서 암에 걸려 사망한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 가족은 그래도 누나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북한에 의해 납치된 후) 아직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 분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붐베아씨는 "다른 외국인 납북자들의 경우처럼 외국어를 가르치는데 쓰기 위해 북한이 누나를 납치한 게 아닌가 싶다"면서 "북한에서 누나가 숨지기 전에 아이 둘을 낳았다는데 조카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즈카 시게오 피랍일본인가족회 회장과 회원들,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 이옥철 납북자가족협의회 대표, 고명섭 귀환납북자가족회 대표 등도 참석했다.
`북한에 의한 납치문제 해결 국제연합'은 이날부터 내달 2일까지 사흘간 일정으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납북자 문제의 기원ㆍ확산ㆍ해결'을 주제로 학술회의를 시작했는데, 반종씨와 붐베아씨 외에 일본인 납북자 가족들도 북한의 납치피해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