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글로벌 인수ㆍ합병(M&A)시장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규모와 리스크가 큰 '메가딜(megadeal)'은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 자체 자료 분석 결과, 올 들어 발표된 250억 달러 이상의 메가딜은 전체의 5.8%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는 2002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건수로는 단 3건에 불과했다.
그 중 300억 달러 이상의 거래는 세계 최대 광산업체 BHP빌리턴이 지난 8월 세계 최대 비료회사 포타시에 400억 달러 규모의 적대적 인수를 제안한 것이 유일하다. BHP빌리턴은 포타시가 제안을 거절하자 인수가를 450억 달러로 늘렸다.
반면 10~50억 달러 규모의 중형 거래는 전체의 34%로 최근 10년래 최대치를 기록했고 10억 달러 미만의 소형 거래도 39%로 6년 새 가장 활발했다. 거래건수로는 50억 달러 미만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73%에 달했다.
개리 포스터낵 바클레이스 미국법인 M&A 부문 대표는 "대형 인수 거래가 잇따라 무산되면서 큰 폭으로 증가한 소형 거래도 빛이 바랬다"며 "기업들은 위험도가 낮고 핵심사업을 보완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거래 대상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대형 거래를 통한 성장보다는 기존 사업을 보완해주는 소규모 경쟁사를 사 들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은 기업들이 대규모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어 더 주목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1000대 비금융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은 3조 달러에 육박한다. 대출금리 역시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자금조달 부담도 어느 때보다 적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도 최근 발표한 10월 베이지북에서 일부 지역의 M&A 대출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BHP빌리턴이 포타시를 인수하기 위해 450억 달러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은행 대출 덕분이다.
블룸버그는 풍부한 유동성에도 기업들이 사업 기회를 좇아 과감한 투자에 나서기보다 현상유지를 위해 전략적인 기회만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소형 동종 업체를 전액 현금으로 인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니레버가 37억 달러에 샴푸 메이커 알베르토-커버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블룸버그는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기업들이 대형 인수를 꺼리고 있는 이유로 꼽았다.
또 경기가 회복되면 기업 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메가딜시장의 침체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친 샤 캡스톤글로벌마켓 M&A 부문 애널리스트도 "금융위기를 버텨낸 기업들은 스스로를 생존자나 포식자로 여기지 먹잇감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는 자존심의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