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최근 신규분양주택 가격이 예전에 비해 저렴해지고 있다. 2~3년전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집을 내놓고는 고분양가가 아니라고 우기던 건설사들도 더 이상 당시와 같은 가격에 새 집을 내놓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다.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던 2006년 말에는 고분양가 주택은 향후 투자가치가 그 만큼 높을 것이라는 어떤 심리가 작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만 비싸도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다.
저렴한 분양가에 나온 아파트들은 역시 분양 성적도 좋은 편이다. 최근 우미건설이 남양주 별내지구에 분양한 '별내 우미린'은 평균 1.25대 1을 기록하며 순위내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신규분양 아파트 가격 인하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낮추자 실수요자도, 투자자도, 시민단체까지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미분양으로 고생하거나 아예 주택사업을 접기보다는 수익을 적게 남기더라도 가격을 낮추는 편이 오히려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걱정이 태산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정부다. 보금자리주택을 내놔야 하지만 분양가가 고민이다.
저렴한 가격에 분양물량을 내놓는 건설사들이 하나같이 사용하고 있는 홍보 멘트는 "보금자리 보다 싸다"는 점이다. 언제부터인가 소형 주택의 가격선이 보금자리주택이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건설사들이 분양을 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꼽은 것이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공급이다. 정부가 저렴한 분양주택을 대량 공급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는 민간주택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일부 건설사는 이 같은 주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가격 낮추기에 나섰다. 보금자리주택보다 저렴한 민간의 분양주택이라는 게 홍보 마케팅의 포인트다.
이 같은 전략은 주효했고, 분양 성공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집값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던 수요자들을 움직이게 했다.
하지만 정부는 고민이 크다. 민간 건설사들이 손익분기점을 최소로 잡아 저렴한 주택을 내놓고 있는 반면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가격을 더 낮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친환경주택 건설로 인한 건축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분양가를 더 낮추면 시행자인 LH와 지자체가 손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더구나 주변 아파트 시세가 자꾸 떨어져 상대적으로 보금자리 가격이 높아 보이니 정부로서는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렇다고 11월, 12월 연속 예정돼 있는 사전예약과 본청약 일정을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다.
처음 제도가 나올 당시부터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보금자리주택.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지만, 보금자리주택이 분양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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