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는 지난 17일 열린 일본최고 권위의 골프대회 일본오픈에서 한국인으로서는 38년만에 정상에 오르며 한국골프의 위상을 알렸다.
2008년 일본프로골프(JGTO) 무대에 진출한 뒤 고전하다 이번 시즌 두번째 우승컵을 차지한 김경태는 시즌 상금 랭킹 1위(1억1천584만엔)를 질주하며 한국인 최초의 상금왕을 노리고 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내며 한국골프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김경태는 2007년 한국프로골프 상금왕과 대상 등 주요 부문의 상을 모두 휩쓰는 화려한 한해를 보냈다.
일본 진출 첫해인 2008년 김경태는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스윙 개조를 했다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티샷이 크게 흔들리면서 성적도 좋지 않아 2008년에는 상금랭킹 49위로 밀리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김경태가 다시 일어선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였다.
"2007년 한국에서 제 실력보다 너무 좋은 성적을 냈고 주위의 관심도 집중돼 부담이 많이 됐다"고 털어놓았던 김경태는 "일본에서 와서는 이런 부담감이 줄었고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샷을 한다"고 말했다.
김경태는 지난달 제주에서 열린 한일프로골프 대항전 마지막날 일본의 슈퍼스타 이시카와 료에게 완승을 거두는 등 한층 성숙된 기량을 보여줬다.
김경태는 "내 골프 스타일이 화려하지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확실히 구분한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샷을 날릴 수 있는 비결로 꼽았다.
김경태가 올 시즌 일본 무대에서 상금왕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6개 대회가 남아있다. 상금 랭킹 2위 후지타 히로유키가 9천785만엔, 3위 이시카와가 9천441만엔으로 추격하고 있어 방심할 수 없다.
김경태의 아버지 김기창 씨는 "처음에 일본에 갔을 때 경태가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원래 자신의 샷을 되찾았다"며 "일본 상금 랭킹 3위 안에 들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스쿨 최종전에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올해는 경태에게 중요한 시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