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신춘문예 3관왕이 탄생해 화제가 됐다. 한국일보, 강원일보, 전북일보에 각각 다른 작품으로 응모해 당선된 김애현(45) 씨가 그 주인공이다.
'과테말라의 염소들'(은행나무)은 그의 첫 장편소설로, 이십대 여성인 주인공이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이 된 다큐멘터리 작가인 엄마와의 추억을 더듬으며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다.
엄마는 남편을 사고로 떠나보내고 홀로 '나'를 키웠다. 나는 바쁜 삶으로 자신을 자상히 돌볼 겨를이 없는 엄마에게 투정부리고 티격태격하며 자랐다.
엄마의 사고 후, 엄마가 나도 모르게 내 십년지기 친구들을 만나 힘을 줬던 이야기를 듣고 엄마와 깊은 관계였다는 전 선생이라는 남자도 만난다.
소설 중간마다 과테말라에서 염소 젖을 파는 호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엄마가 다큐멘터리 작업차 만났던 호세와 나는 모성에 대한 진한 그리움과 애증까지 닮은 점이 많다. 소설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지구 반대편 호세의 모습은 어느새 나와 하나로 겹친다.
식물인간이 된 엄마라는 가슴 아픈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엄마와 딸, 그리고 친구들은 마냥 우는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주인공의 기억 속에서 엄마는 당당한 신세대 엄마이고, '88만원 세대'인 딸과 친구들은 불안한 일상 속에서도 '젖먹던 힘'을 내며 발랄함을 잃지 않는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헤어지는 일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슬프고 아픈 일일 것이다. 이 소설이 그걸 재밌고 즐겁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님을 알아주었으면 싶다. 조금이나마 덜 슬프고 덜 아프길 바라는 마음이었단 것도. 그거면 충분하다."('작가의 말' 중)/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