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대외 불확실성에 초점···유동성도 한몫
-G20·연말 자금슈요 따라 실기논란 당분간 지속
(아주경제 김유경 고득관 기자) 물가불안이라는 국내적 요인이냐, 환율전쟁이라는 대외적 이슈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4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환율 문제에 무게를 실었다. 현재로서는 대외 여건의 급격한 변화와 환율 불안이 국내 경제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이후 기준금리는 3개월째 2.25%에 묶이게 됐으며, 물가불안 문제에 대한 책임은 당분간 한은이 끌어안게 됐다.
또 이번 동결로 기준금리가 올해 안에 추가 인상될 가능성은 낮아졌으며, 금리인상 '실기' 논란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글로벌 환율전쟁, 기준금리 인상의 '복병'
이달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 금통위의 선택지는 물가와 환율, '이지선다'로 단순했다.
매달 금통위 의결 때마다 발표하는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에서 지난달과 달라진 것은 '글로벌 환율 여건의 변화가 국내 경제성장의 하방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문구가 추가된 점이다.
지난달 금리 동결시에는 물가불안과 글로벌 경기둔화 사이에서 고민했다면, 이달에는 물가불안과 환율전쟁을 두고 저울질 한 것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6대 4 정도의 비율로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대비 3.6%(전월대비 1.1%)나 올랐고, 생산자물가지수도 1.0%(전월 대비) 오르며 연말 물가 급등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또 두바이유 가격이 80달러를 넘어서는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고 있는 점도 시장의 전망에 반영됐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을 우려하며 "금리 정상화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한 점도 시장의 확신을 키웠다.
하지만 지난달에만 75원 급락한 원·달러 환율이 복병으로 작용했다.
세계 주요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의 유동성을 풀며 환율전쟁에 나서고 있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금리를 올릴 경우 글로벌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국내로 대거 유입돼 환율 하락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이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트려 경제회복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김 총재는 이날 "한국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대외 여건이 중요하다"며 "환율 전쟁은 경제의 하방 리스크"라고 말했다.
또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도 금리 동결의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주요국이 양적완화에 나선 상황에서 의장국인 한국이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통화정책을 쓰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 G20 정상회의·연말 자금수요… 기준금리 연내 인상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을 두 차례 받았다.
첫번째는 지난해 말 경기가 바닥을 찍고 본격적으로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되던 시점에서다. 당시 한은은 "아직 확신을 내릴 수 없다"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으며, 당시 타이밍을 놓친 것이 올 여름까지 이어졌다.
두번째는 지난달 물가불안 우려가 커지던 시점이었다. 글로벌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됐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한은의 기준금리 '실기' 논란은 이달에도 일 전망이다. 주된 비판 내용은 금리인상 시점을 내년으로 넘겼다는 것.
사실 시장이 이달 금리 인상을 점쳤던 것은 10월 말고는 올해 중에 금리인상 시점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는 11월에는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기 부담스럽다. 12월은 연말 자금 수요가 집중되기 때문에 함부로 긴축에 나설 수 없는 시기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1월에 큰 행사가 있고 12월에는 연말 자금 수요 때문에 금리 인상이 쉽지 않아 이번 금리 동결은 실기한 느낌"이라며 "금리 동결이 지속되다 보니 갑작스레 올리기에도 부담이 커진 만큼 향후 미국 경기의 흐름이 금리 결정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현재 수요측면에서 물가 상승압력이 커지고 있어 연말 물가불안이 가중될 경우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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