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정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국가고용전략2010'이 시작부터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10개월간의 고민 끝에 정부가 처음으로 고용문제에 대한 종합대책을 야심차게 내놨지만, 현재 '생색'조차 내기 힘든 상황이다.
고용시장 유연화를 위한 재정 확보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파견 허용 업종,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예외대상 조정 등을 골자로 하는 이번 전략은 '일자리 늘리기'에 초점을 맞췄다.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만큼 단기적 근로자를 늘리겠다는 계산인데, 단기근로자를 고용하려면 재정지출은 필연적으로 따른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이번 전략에는 재정확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따라서 정부가 부처간 협의를 충분히 거치지 않고 계획을 내놓는 고질적인 관행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빛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 '실탄'은 고용보험기금?
이번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실탄'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게 고용보험기금이다.
고용보험기금은 노동부장관이 관리·운용하는 기금으로 보험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1995년부터 시행했다.
고용보험기금은 크게 실업급여계정(실업보험)과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계정으로 나뉜다.
실업급여 계정은 사후적·소극적 사회보장보험으로 실업급여, 반환금, 산전후휴가급여, 육아휴직급여를 포함한다.
이는 법정의무지출로 사업주와 근로자가 반반씩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부담비용을 늘리거나 줄이기 어렵다.
매달 고정월급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보험료가 올라가면 생계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어 실업급여계정 확대는 쉽지 않은 문제다.
1995년 고용보험 시작 당시 사업주와 근로자가 0.3%씩 내던 보험료가 1999년 IMF외환위기 때 0.5%, 2003년 1월 이후 0.45%씩 납부했다. 이후 7년간 요율 변동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실업급액계정의 적자액은 2007년 1069억원, 2008년 3661억원에서 2009년 1조5356억원으로 계속 증가했다.
즉 국가고용전략을 위한 재정은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계정(이하 고용안정기금)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건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태다.
고용안정기금은 실업급여와는 달리 사업주가 전부 부담한다. 사업요건에 부합하면 시행령에 근거해 재정을 사용할 수 있는데, 보통 한 사업의 사업비를 줄여 다른 쪽 사업에 더 지출하는 구조다.
고용노동부 고용보험정책과 관계자는 "실업계정은 부정수급 방지책을 더욱 강화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재정적자가 날 수 밖에 없다"며 "고용안정기금 역시 어려운 상황에 있어 사회적으로 재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 재정확보 쉽지 않아
이처럼 국가고용전략에 쓸 '실탄'이 유명무실한 상황이라 앞으로 고용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노동계 일각은 고용시장 유연화가 비정규직 양산을 부추기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도 재정마련의 어려움을 성토했다.
고용노동부 고용전략과 관계자는 "이번 전략이 성장과 고용, 복지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고용노동부 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가 관계해 있다"며 "복지파트는 고용보험기금 쪽 재원 뿐만 아니라 일반 회계를 통해서 마련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재정확보는 고용전략 추진을 위한 선결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ID) 박사는 "고용시장 유연화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재정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차지하더라도 장기적인 플랜이 없어 아쉽다"며 "
"'짜깁기'라도 매도하기엔 정부가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라며 "하지만 파견직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노동여건이 분야별로 다르고, 사내 하도급 문제는 노사간 아킬레스건에 비유될 정도로 민감한 문제라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앞으로 노사정간 합의를 도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고용시장 유연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재정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차치하더라도 장기적인 플랜이 없는 점은 아쉽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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