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사우라 "영화는 모험입니다"

2010-10-1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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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이다. 1960년 '부랑자들'로 장편 극영화에 데뷔한 그는 '돈 조반니'까지 50여 년간 40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사냥'(1966)과 '얼음에 박힌 박하'(1967)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받은 데 이어 1981년에는 '질주'로 이 영화제 그랑프리인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칸영화제와도 인연이 깊어 '사촌 안젤리카'(1973)로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까마귀 기르기'(1976)로는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탱고'(1998)로 기술대상을 받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매년 거장들을 초청해 영화와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마스터 클래스'에 사우라 감독이 초청됐다. 지난 9일 첫 내한한 사우라 감독은 11일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열린 마스터클래스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영화와 인생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어머니가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였습니다. 매일 피아노를 치셨죠.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서 피아니스트를 꿈꾸기도 했습니다. 플라멩코 댄서를 꿈꿨던 적도 있었죠. 제가 이루지 못한 꿈들을 영화를 통해 발산하는 것 같아요."

먼저 50여 년간 특별한 위기 없이 영화를 만들어온 비결에 대해 물으니 "지속적으로 글을 쓰고 미술, 음악, 사진을 꾸준히 접해온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했다.

사우라 감독은 사진작가 출신이다. 사진을 찍다가 극영화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영감을 받는 예술 장르는 '사진'이라고 했다. 좋아하는 여자 아이의 모습을 찍으려고 7살때 카메라를 들었다는 그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600여개의 카메라를 수집했다.

"저는 매일 사진을 찍어요. 한국에 와서도 남포동 국제시장을 찍었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에 사진을 현상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있었습니다."

수집광 아니냐고 물어보니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책과 CD는 수 천 개"라고 했다. 이혼할 때 책과 CD는 모두 놔두고 왔지만, 또다시 비슷한 것을 결국 사버리고 말았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웃음)

사우라의 작품세계는 초기 프랑코 독재정권을 정조준한 영화부터 서양 고전과 플라멩코 등 현대 예술들을 탐험하는 예술에 관한 영화들까지 다채롭다.

총칼을 휘두르는 철권통치 아래서 정권을 비판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직설적이기보다는 에둘러 정부를 비판했다. 좌파였지만 정당 가입을 하지 않았던 주요한 이유다.

"정부에서 위험한 인물로 보지 않았는지 제재를 받은 적은 없었어요. 제가 영화를 할 수 있었던 건 베를린 영화제나 칸 영화제의 도움이 컸습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를 영화로 옮길 정도로 오래된 고전 예술에 관심이 많지만 새로운 기술에도 촉각을 세운다.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예술에 관심이 있어요. 영화는 모험입니다. 과거의 경험을 현재의 것으로 끄집어내 미래로 가져가는 여행입니다. 영화에서도 사진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래서 영화에서 대사보다도 더 강렬한 사진 이미지를 사용한 때도 많아요."

좋아하는 감독을 물으니 러시아 형식주의 감독이었던 지가 베르토프를 비롯해 미조구치 겐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등 당대 영화 문법을 주도한 감독들이라고 했다.

80살에 가까운 사우라 감독에게 인생에 대해 물으니 이러한 답변이 돌아왔다.

"인생이라는 게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거죠. 순간순간 만족하며 살아갑니다. 내일 당장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매 순간 행복하게 지내는 게 제 철학이에요. 살아있고 건강하기만 하면 행복하지 않을까요. 전 긍정적인 사람입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지도 못했을 테고 영화도 만들지 못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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