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선환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위안화 절상문제로 집약되는 `환율전쟁'을 중재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요 의제에 환율문제가 포함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는 9일(현지시간) IMF 총회 폐막 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서울 G20 정상회의와 차기 IMF 회의에서 환율문제에 관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문제가 주요 이슈로 다뤄질 것임을 명확히 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도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G20 정상회의 주최국인 한국은 좋든 싫든 국제 환율전쟁을 방지하고, 각국의 의견차를 좁히는 방향의 대안 마련을 위한 중재자가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중국의 위안화 절상으로 집약되는 '환율전쟁'이 G20 정상회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윤 장관은 이날 저녁 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프레임워크'에서 환율문제가 자연스럽게 논의되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경주 재무장관 회의에서 (환율전쟁 이슈가)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 환율문제가 오는 21~23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다뤄진 뒤 G20 정상회의 의제로 채택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결국 경주 회의에서 극적인 타협점이 도출되지 못하면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환율전쟁의 무대로 탈바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동안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개발 이슈와 글로벌 금융안전망 등 '코리아 이니셔티브' 의제가 핵심이 되도록 심혈을 기울여온 정부로서는 환율문제가 크게 불거지고 있는 점에 대해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환율문제가 더 커져 G20 정상회의에서 기존에 잡혀 있는 금융안전망과 개발 이슈들조차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당초 의제와 더불어 미국과 중국, 브라질 등 선진ㆍ개도국 간 환율 갈등을 성공적으로 중재할 경우 '서울선언'까지도 이끌어내는 큰 기회를 잡게 되지만 반대 경우에는 G20 서울 정상회의가 소리만 요란한 행사로 전락할 수도 있는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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