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구조 선진화 손놓은 대증적 농산물 안정대책 등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후진화 돼 있는 국내 농수산물 유통구조와 물류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은 해묵은 과제다.
정부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종합유통센터 설치 등 유통구조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 안성 농식품 소비지 가공센터(이하 센터)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센터는 산지와 도매상, 소비지 사이에서 3단계 이상의 중간상인들을 거치도록 하고 있는 다단계 유통구조 개선과 유통시간·비용 절감 등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기반시설이 될 것으로 농협중앙회는 보고 있다.
그러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결과 발표가 늦어지면서 관련 사업이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국회 예산 심의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정부 총 실링(한도)안에 포함되지 않아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강하게 밀어부칠 수 있는 여지를 상실했다.
그러나 정부 역시 관련 연구용역기관에 좀 더 적극적으로 용역결과를 내놓을 것을 주문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농협측은 이제는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들에 기대야 하는 힘겨운 처지다.
◇ 가락시장 경매 농산물 지방으로 역류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농산물은 부피가 크고 쉽게 부패하는 특성으로 공산품에 비해 유통비용이 늘어나고, 물류 체계가 낙후돼 있다.
도매시장을 거치는 농수산물 유통단계는 생산자→도매시장→중도매인→(하매인)→소매상→소비자 등으로 다단계 구조다.
특히 농산물 유통이 서울 가락동 등 일부 도매시장에 집중됨에 따라 비효율적인 물류 비용이 추가로 발생되는 부작용도 있다.
가락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경매된 농산물의 30%(8000억원 규모) 정도가 다시 지방도매시장 등으로 역류되고 있고, KREI(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추정에 따르면 가락시장의 유통혼잡·체증비용이 연간 26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협측은 센터 건립을 지방 거점 물류센터로 활용해 기존에 도매시장 유통단계를 축소하고 공동물류·소포장 등을 통해 물류 효율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 이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들은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산지와 직접 거래를 통해 유통비용의 15~17%를 절감시키고 있다. 이로써 소비자가격 인하를 유도해 매출액 상승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 소비지 가공센터, 농협 등 운영주체 수익 제한
기획재정부가 KDI의 예타를 중간점검한 바에 따르면 농산물이 사재(私財)의 성격이 강해 센터 설립이 농산물 수익사업 측면이 강하다는 일부 연구용역팀의 주장과도 스스로 배치된다.
KDI는 센터 운영에 따른 사회적 편익이 운영 첫해인 오는 2013년에는 218억원, 2015년 695억원, 2018년 1549억원, 2020년 223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반면 센터 운영주체(농협) 손익 비교에서는 2013년 -109억원, 2015년 -255억원, 2018년 -161억원, 2020년 -18억원 등으로 적자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센터의 사회적 편익이 불특정 다수의 생산농업인과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반면 운영주체에게는 수익이 제한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타 조사결과 발표 지연으로 당초 올해 안에 착공하게 돼 있던 관련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이번 센터 설립 사업은 농협이 혼자 이익을 보자는 게 아니고, 학교급식, 중소상인 살리기 등 공익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는 여러가지 사유로 어려움이 있을 지 모르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반드시 포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농협은 안성을 시발점으로 광주광역시, 경남 밀양, 경북 군위, 강원권 등 5곳 등 전국 거점별 소비지 가공센터를 설립한다는 복안이다.
shkim@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