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위험사회'를 통해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던 울리히 벡의 2007년 저서.
이 책은 현대사회가 직면한 위험(리스크)은 인간이 모르는 어떤 자연의 힘에서 오는 게 아니라 자연을 지배하려는 인류문명의 부작용이며, 이런 위험은 갈수록 심화하고 글로벌화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개별 국가의 틀 안에서 해결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현대문명의 위험은 리스크의 생산자가 결정자 역할까지 하는 역설을 안고 있다. 대표적인 게 기후변화.
미국이 전 세계 배출량의 5분의 1, 여기에 중국ㆍ러시아ㆍ인도ㆍ일본까지 합한 5개국이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이산화탄소의 절반 이상을 배출하지만 그 결과는 모든 국가에 평등하게 돌아간다.
2009년 이런 문제를 논의한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의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별 성과 없이 막을 내리자 기후변화의 피해가 가난한 국가들에게까지 돌아가는 이상한 구조가 돼 버렸다.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국들이 기후변화의 난국을 타개하려는 인류의 의지를 꺾어버린 셈이다.
지구상의 모든 인류를 '평등하게' 위협하는 글로벌 리스크의 정의와 생산, 분배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불평등과 양극화는 세계시민주의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도서출판 길. 박미애ㆍ이진우 옮김. 472쪽. 3만원.
▲키워드 = '현대문화 연구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대표적 문학연구가 레이먼드 윌리엄스(1921∼1988)가 1983년 낸 개정판을 완역한 책.
이 책은 단순한 용어해설서가 아니라 어휘 해설과 함께 문화와 사회에 대한 저자의 비판적 독해도 담고 있다.
우리 삶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사용하는 핵심 어휘가 어떻게 새로운 의미를 갖는지, 이런 의미 변화가 사회적, 정치적 변동과 가치관의 전이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꼼꼼히 설명한다.
특히 지난 2∼3세기 근대사회로 전환할 때 사회 변동이 영어 단어에 어떤 영향을 주고 흔적을 남겼는지 생생히 확인할 수 있다.
가족, 사회, 대중, 변증법, 자본주의, 직업, 민주주의, 세대, 역사, 노동, 철학, 실업, 폭력, 부(富), 복지 등 사회ㆍ문화적으로 중요한 131개 어휘가 실렸다.
저자는 `문화(Culture)'와 `자연(Nature)' 같은 단어를 영어에서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단어로 꼽는다.
우리가 늘 접하고 자주 인용하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문화의 개념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①한 개인이나 집단의 지적, 정신적 발전을 표현하는 추상명사 ②지적, 예술적 활동의 실천이나 성과를 표현하는 추상명사 ③어떤 국민이나 집단의 특정한 생활양식이란 것.
케임브리지대 학생이던 저자는 2차 세계대전이 본격화되자 군대에 징집됐다가 1946년 복학한 뒤 공부를 계속해 석사 학위를 땄다. 4년 만에 복학한 후 용어의 뜻이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을 보고 이 책을 쓸 생각을 했다고 한다.
사회 역사적 변동은 언어 안에서 일어나곤 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민음사. 김성기ㆍ유리 옮김. 582쪽. 2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