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정숙 기자)"이젠 딱지가 붙는거죠" "아예 낙인을 찍어버리네요".
서울시 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학습부진아 이력에 대한 한 관련 인터넷 까페 회원들의 평가다.
학습부진 학생의 이력을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9년간 꾸준히 추적해 밀착 관리해주는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학습부진아 이력제'를 전면 시행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선행학습 등으로 초등학교 1학년부터 학업성취도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현실에서 학습부진학생을 조기에 찾아 개인별 맞춤교육을 통해 구제하려는 조치라는게 서울시의 주장이다.
그러나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박 모 선생은 "그 취지는 존중하지만 방법에 적잖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습부진아 이력제'는 부진아를 추적 관리해 학습 부진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하려는 것이지만 그 조치가 오히려 학습 부진 상태를 지속시킬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박 선생은 "누가 학습부진학생임을 결정하는지도 문제"라며 "저 학년에서 받은 이력제를 통해 그 학생에 대해 알기도 전에 먼저 부진아로 바라봐야 할때 교사역시 학생을 제대로 평가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미 잘 알려진 사회심리학 실험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일단의 학생들에게 지능검사를 실시하고, 검사 결과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교사들에게 알려준다. 학생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리고 얼마의 기간이 지난 후 학습 성취도를 테스트 해 보니, 지능지수가 높은 그룹의 학생들이 훨씬 우수한 성적을 거두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학생들은 지능지수에 따라 나뉘지 않았다.
지능지수와 관계없이 임의의 두 그룹으로 나누고 교사들에게 거짓 정보를 알려준 거다. 교사의 선입견만으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실험이다.
즉 학습부진아들 중에는 구제의 대상이 아닌 '만들어진 학습부진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교육정책도 장기적이고 안정적 정책 경정 과정이 필요하다. '낙인'찍힌 아이들의 9년은 누가 보장해 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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