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20주년을 맞은 한국과 러시아 관계의 큰 문제점은 신뢰 부재라는 지적이 나왔다.
신범식 서울대 교수는 29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한반도평화연구원이 주최하는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 앞서 28일 공개한 '정치·외교 분야의 한·러 관계: 평가 및 관계강화'란 주제발표문을 통해 이렇게 분석했다.
신 교수는 "한국과 러시아는 지난 20년 간 적지 않은 교류 성과를 축적해 왔지만 획기적 발전을 가져 올 만한 신뢰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거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양국 관계의 미시적 프로세스가 기본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은 한마디로 신뢰 부재"라고 지적했다.
그는 1990년 9월 수교 이래 한ㆍ러 관계를 과열시기(노태우 정권)-급속 냉각기(김영삼 정권)-소강상태의 관리기(김대중 정권)-안정적 발전 모색기(노무현 정권)-전략적 동반자 관계(이명박 정권)로 평가하고 양국의 협력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한·러 간 신뢰 회복을 위해 2008년 말 현재 150억달러 규모인 양국의 교역 규모를 빠른 시간 안에 400억∼500억 달러 수준으로 늘림으로써 상대국에 대한 관심의 수준이 전략적 의미를 논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또 양국 모두에 전략적 이익이 되는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것도 한ㆍ러 관계를 강화하는 데 필요하다는 게 신 교수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양국 관계의 발전 전략을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지역적 다자협력 체제 개발이란 관점에서 재구성해 볼 필요가 있으며 러시아 극동개발과 동북아 및 유라시아의 연계라는 거시적, 광역적인 시각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경제적 이익과 안보적 필요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에너지 분야에서 네트워킹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창의적인 발상도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서동주 박사는 '러시아의 극동ㆍ동시베리아 개발과 한ㆍ러 관계 발전 전략' 주제발표에서 "극동과 동시베리아 지역 개발이 두 나라가 서로 협력하고 모두 이익을 볼만한 내용이 담겨 있으며 전략적 집중과 선택을 통해 추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조언한다.
서 박사는 한·러 관계의 발전 전략을 세울 때 러시아의 특성과 메드베데프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 목표와 국정운영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지금까지의 양국 관계를 재평가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세부 실천 방안으로 정상회담의 실질적인 정례화, 북한을 포함한 남·북·러 3각 경제협력, 환동해 공동체 및 다자 국제협력망 구축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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