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치철학책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 펴냄)가 인문 서적으로는 전례 없는 돌풍을 일으키자 하버드대를 전면에 내세운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
이전에는 하버드대 학생들의 학습법이나 입시 전략을 다룬 책들이 대부분이었던 반면 최근에는 철학, 디지털 세대, 행복 등 책 내용도 다양해졌다.
하버드대 학생들과 석학들의 인터뷰를 실은 '하버드, 철학을 인터뷰하다'(돌배게), 디지털 세대를 분석한 '그들이 위험하다 : 왜 하버드는 디지털 세대를 걱정하는가'(갤리온), 하버드 클래식 고전 선집 읽기에 도전한 저자의 책읽기 여정을 기록한 '하버드 인문학 서재'(21세기북스), 하버드대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엮은 '하버드 대학의 학자들'(민음사) 등이 최근 선보인 하버드대 관련 책들이다.
이번 주에 나온 탈 벤-샤하르 하버드대 교수의 '완벽의 추구'(위즈덤하우스)는 행복론에 관한 책이다. 책의 부제는 '하버드대 최고의 행복 강의'로, 하버드대를 전면에 부각시켰다.
이처럼 하버드대와 관련된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하버드대에 대한 일반의 신뢰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위즈덤하우스의 이귀애 마케팅팀장은 28일 "책에 대한 독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하버드대를 부각시켰다"면서 "또 실제로 탈 벤-샤하르 교수의 행복학 강의는 하버드대생 사이에 큰 인기를 얻어왔다"고 말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정의란 무엇인가'가 이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끈 배경에는 하버드대 마케팅이 절대적인 요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만약 다른 대학의 최고 강의라고 홍보했다면 이렇게까진 효과가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한기호 소장은 "'정의란 무엇인가'의 돌풍 이후 보다 진지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주는 책에 대한 수요가 생겼는데 출판업자들이 다양한 책을 개발해 이런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고 하버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 연구원도 "대형 베스트셀러가 나오면 비슷한 유형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게 하나의 현상처럼 굳어진 지 오래"라면서 "그러나 너나 할 것 없이 따라 하다 보면 책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따라 하기 마케팅'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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