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침팬지 연구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76) 박사가 한국을 방문, 28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1층 카페에서 '희망의 자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희망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면서 "희망이 있다고 믿지만 우리 모두가 (환경 보호에) 참여할 때에만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를 아끼는 등 개개인이 매일 조금씩 실천하면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면서 "지구 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데 모두가 기여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은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올해는 구달 박사가 26살의 젊은 나이에 홀로 탄자니아 곰비지역에서 야생 침팬지 연구를 시작한 지 50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기 때문이다.
구달 박사는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돌아보면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침팬지와 인간의 유사성에 놀란다. 그러나 수많은 유사점에도 인간은 침팬지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지능이 뛰어난 생물"이라면서 "우리가 지구 상에서 걸어 다니는 모든 생명체 가운데 가장 똑똑한데 어떻게 이 세상을 망가뜨릴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사람들은 지혜를 잊은 것 같다. 오늘 내가 하는 일이 장차 몇 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감안해 결정 내리는 게 지혜인데 당장 나한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만 생각해 결정을 내린다"고 지적했다.
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침팬지 외에 다른 동물들도 (온난화로)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면서 "고향인 영국에서도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이 늦어져 새들이 번식을 못 하는 등 (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생물 다양성을 생각할 때마다 거미줄이 떠오릅니다. 생명은 그물망인데 그 끈이 한두 개 파괴되기 시작하면 거미줄은 점점 약해져요. 그렇게 한둘씩 훼손되면 생태계 붕괴를 가져올 수 있어요."
환경 교육에 대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서 자연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60년 단신으로 아프리카에 건너가 침팬지 연구에 평생을 바친 구달 박사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환경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구달 박사가 이끄는 세계적인 환경운동 '뿌리와 새싹' 프로그램은 현재 전 세계 121개국의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구달 박사는 또 4대강 사업에 대한 질문을 받은 뒤 "(4대강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지만 지구 온난화 때문에 강의 보존과 보호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갈수록 깨끗한 물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에 강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의 상류에서 홍수가 나도 토사에 휩쓸려 가지 않도록 계곡이나 강의 아랫부분 식생을 보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또 오염된 강이 모여 바다의 오염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방한한 구달 박사는 이날 오후 카이스트에서 강연하는 데 이어 29일 광릉 수목원을 둘러보고 30일에는 이화여대, 경희대 등에서 강연한 뒤 다음 달 1일 돌아갈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