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슈퍼파워로 부상한 중국의 '힘'이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여실히 입증됐다.
27일 제6회 아시아-유럽의원파트너십(ASEP) 회의가 열린 브뤼셀의 벨기에 하원 의사당.
'ASEP Ⅳ 선언문' 채택을 앞두고 의장을 맡은 윌리 드메이어 벨기에 상원 수석부의장이 선언문 초안과 관련해 참가자들의 최종 의견을 구하자 중국 측 참석자인 리웨이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드메이어 의장이 발언권을 주자 리 위원은 선언문 초안의 제30조에 자신들이 요구했던 문구 수정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따졌다.
선언문 초안의 제30조는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조처가 "국제사회의 일원국이 보편적인 동시에 상이한 책임과 각국의 여력을 감안해 사전적으로 실행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문구를 담았다.
여러 차례 수정 요구와 논의 끝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소위원회에서 이렇게 결론을 내려 본회의에 올린 것.
리 위원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교토의정서 원칙에 의거한"이라는 문구가 반드시 삽입돼야 한다면서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선언문 채택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초안의 문구인 "보편적인 동시에 상이한 책임과 각국의 여력"은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UNFCCC와 교토의정서 원칙이라는 객관적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UNFCCC와 교토의정서 원칙이 배제된 채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선언문을 채택하면 가뜩이나 온실가스 배출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로부터 압박을 받는 중국의 입장이 더욱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태도였다.
이 탓에 본회의 진행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다른 참가자들이 제시한 대안을 감안해 드메이어 의장은 "지속적 논의 과제로 남기고 ASEP Ⅳ 선언문에서는 제30조를 아예 빼버리자"고 제안했고 중국 대표단의 '선제적' 박수 속에 문제가 된 제30조가 삭제된 ASEP Ⅳ 선언문이 채택됐다.
본회의에 참석했던 유럽 쪽 참가자 가운데 한 의원은 "중국의 힘을 실감했다"면서도 "그러나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는 모양새가 세련되지는 못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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