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기업 및 가계대출 연체율이 심상치 않다. 올 들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금융위기 여파가 극에 달했던 지난해 상반기 수준까지 높아졌다.
정부는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가계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아직도 냉랭하다는 반증이다.
연체율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 기업·가계대출 연체율 동반상승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1.50%로 지난해 5월(1.60%) 이후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불황이 극에 달했던 시점이다. 최근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출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2.07%로 역시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으로 2%대를 넘어섰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2.23%로 전월 말 대비 0.36%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말(1.09%)보다는 무려 2배 이상 급등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하는 중소기업 업황 전망지수는 지난 5월 101.4를 기록한 후 3개월 연속 하락해 8월에는 92.8까지 떨어졌다.
이 수치가 100 미만이면 다음달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 업체가 더 많았다는 의미다.
실제 실적을 나타내는 업황 실적지수는 지난 5월 95.6에서 8월 85.3으로 급락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내수 위축과 자금조달 곤란 등으로 업황 전망을 부정적으로 예상한 업체들이 많았다"며 "실제로 중소기업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가계도 이자부담에 신음하고 있다.
8월 말 현재 가계대출 연체율은 0.78%로 전월 말보다 0.11%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64%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0.33%)보다 2배 가량 높아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자의 상환능력이 저하되면서 연체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부동산 경기침체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투입된 사업장을 중심으로 집단대출 연체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가계소득에 비해 이자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근로소득은 지난해 4분기 339만3571원에서 올 2분기 336만7400원으로 소폭 줄었다.
반면 월평균 이자비용은 지난해 4분기 7만8426원에서 올 2분기 8만8423원으로 12.7% 급증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산업팀장은 "연체율은 쉽게 오르지만 낮추기는 어려운 특성이 있다"며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 내년까지 대출 연체율이 꾸준히 오를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은행권, 실적악화 초래할까 '전전긍긍'
증권업계는 은행들의 3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 및 PF 대출 부실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체율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올 4분기는 물론 내년 이후 실적 호조를 장담하기 어렵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워크아웃에 돌입한 기업들이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소멸됐던 연체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며 "부실채권을 상각하거나 건전성 관리를 위해 충당금을 쌓게 되면 수익성은 악화된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금융당국이 리스크 관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은행들도 연체율 상승세를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경기 회복세가 더뎌 연체율을 떨어뜨리기는 어렵고 더 오르지 않게 관리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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