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주 감독이 이끄는 U-17 여자 대표팀은 22일(한국시간) 새벽 트리니다드 토바고 코우바의 아토 볼던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FIFA U-17 여자월드컵 준결승에서 '강호' 스페인을 상대로 0-1로 뒤지던 전반 25분 여민지(함안대산고)의 동점골과 전반 39분 주수진(현대정과고)의 역전 결승골을 앞세워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태극소녀들은 역대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진출해 한국 축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 축구가 FIFA 주관 대회에서 4강에 오른 것은 1983년 멕시코 20세 이하(U-20) 월드컵(당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과 2002년 한·일 월드컵, 그리고 올해 독일에서 열린 U-20 여자월드컵에 이어 이번이 통산 네 번째지만 결승까지 오른 것은 U-17 대표팀이 역대 처음이다.
게다가 U-17 여자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최소 준우승을 확보해 지난달 U-20 여자대표팀이 거뒀던 3위를 뛰어넘어 역대 FIFA 주관대회 최고 성적도 예약했다.
특히 이날 동점골을 뽑아낸 '슈퍼 골잡이' 여민지는 조별리그와 8강 및 4강까지 5경기를 뛰면서 8골(2도움)을 터트리며 득점 단독 1위를 유지해 득점왕 자리를 예약했다.
한국은 오는 26일 오전 7시 포트오브스페인의 해슬리 크로퍼드 스타디움에서 북한-일본의 4강전 승자와 대망의 우승컵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친다.
여민지와 주수민을 투톱으로 좌우 날개에 김나리와 이금민(이상 현대정과고)을 배치한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지난 6월 유럽 U-17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스페인의 짧고 정확한 패스에 주도권을 내주며 힘들게 경기를 풀어갔다.
조별리그와 8강전을 치르면서 경기당 1실점에 그쳤던 스페인의 견고한 수비도 한국 공격진의 침투를 쉽게 허용하지 않았고, 공격진의 발끝도 매서웠다.
전반 16분 알레시아 푸테야스(에스파뇰)의 중거리슛이 골대를 살짝 벗어나면서 위기를 넘긴 한국은 전반 21분에는 단독 기회를 얻은 라켈 피넬(레알 하엔)의 슛을 골키퍼 김민아(포항여전자고)가 선방하며 기슴을 쓸어내렸다.
계속해서 한국의 수비진을 두드린 스페인은 결국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23분 수비진에서 대각선 패스를 받은 푸테야스가 왼쪽 측면에서 한국 수비수 두 명을 개인기로 뚫고 크로스를 올리자 페널티지역 오른쪽에 도사리던 아만다 삼페드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쇄도하며 가볍게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태극소녀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한국은 전반 25분 미드필드 지역에서 상대의 패스를 끊은 김나리가 단독 질주하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골대 쪽으로 질주하던 여민지가 골 지역 정면에서 다이빙 헤딩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여민지의 대회 8호골.
골이 터지자 동점골 주인공 여민지를 비롯해 선수 전원은 중계 카메라를 향해 큰절을 올리며 추석을 맞아 한국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가족과 국내 축구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는 '한가위 세리머니'를 펼쳤다.
빠른 동점골로 기세가 오른 한국은 전반 39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볼을 가로챈 여민지가 스루패스한 볼을 주수진이 잡아 수비수 2명과 골키퍼까지 여유 있게 돌파하고 나서 텅 빈 골대를 향해 역전골을 넣으면서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었다.
한국은 전반 41분 사라 메리다(에스파뇰)의 위력적인 중거리슛을 김민아가 몸을 날리며 막아내며 추가 실점 없이 전반을 마쳤다.
후반에도 태극소녀들의 공격 본능은 멈추지 않았다. 후반 14분 주수진이 왼쪽 측면에서 시도한 크로스를 이금민이 재빠르게 뛰어들어 골지역 정면에서 오른발로 방향을 살짝 바꿨지만 볼은 골키퍼 가슴을 향하고 말았다.
후반 17분 나고레 칼데론(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위협적인 중거리 슛을 골키퍼 김민아가 선방하며 위기를 넘긴 한국은 후반 21분 이금민이 최종 수비진을 뚫고 골키퍼와 1대1 단독 기회를 얻어냈지만 슛이 오른쪽 골대를 살짝 빗나가 추가골을 눈앞에서 놓쳤다.
태극소녀들은 후반 막판 몰아친 스페인의 집중 공세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역습을 시도하면서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었고, 마침내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서로 얼싸안고 사상 첫 결승 진출의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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