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도서관에서 추석 연휴 보냈으면 좋겠어요”

2010-09-2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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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취업이 돼야 취업난이 나아진 것”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도서관에서 추석 연휴 보냈으면 좋겠어요”

19일 서울의 한 대학교 도서관에서 만난 A씨(남자, 26세)는 이렇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A씨는 이 대학교 공대 4학년생이다.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녔으면 지난해 2월 학교를 졸업했을 나이지만 취업 준비 등을 위해 1년 정도 휴학을 해 내년 2월 학교를 졸업한다.

A씨는 요즘 학교 수업과 취업 공부, 입사지원서 작성 등으로 정신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A씨는 “취업이 되고 나서 추석 연휴 때 고향에 내려가면 좋지만 현재처럼 취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향에 내려가면 친척들이 ‘어디 된 데 없냐?’고 물어볼 것이고 그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정부가 취업난이 나아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내가 취업이 돼야 취업난이 나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몇몇 대기업에 원서를 냈고 서류전형에서 떨어진 데도 있고 어떤 데는 다음 달에 면접을 볼 것”이라며 “그래도 공대는 다른 학과들보다는 취업난이 덜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 학교 경영학과 4학년인 B씨(남자, 26세)는 추석 연휴 기간인 19일에도 학교 도서관에서 지내고 있었다.

이번에 공인회계사 2차 시험에 꼭 합격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B씨는 지난 2월 실시된 공인회계사 제1차 시험에 합격했지만 지난 6월 실시된 제2차 시험에는 불합격했다.

다음 2차 시험은 내년 6월경에 실시된다. 다음 2차 시험에도 떨어지면 1차 시험부터 다시  봐야 한다.

이런 이유로 B씨는 '이번에 반드시 합격해야 한다’는 각오로 수업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B씨는 “식구들이 고향으로 갈 때 같이 따라갈 것”이라면서도 “왔다갔다 하면 피곤하므로 안 가면 좋죠”라고 말했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왔지만 추석이 그리 반갑지 않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바로 극심한 취업난 때문이다.

취업준비생들의 입장에서 추석 연휴 기간에 친척들의 ‘어디 취업된 데 없냐?’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큰 고통이 된 지 오래이다.

청년층 취업난의 심각성은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달 우리나라 실업률은 3.3%인 반면 15세-29세 청년층 실업률은 그 2배가 넘는 7%였다.

또한 모든 연령층에서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늘어난 반면 20세-29세 취업자 수만 7만2000명 줄었다.

leekhy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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