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불복절차 논의"..재구조개선약정 논란

2010-09-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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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17일 현대그룹이 채권단의 공동제재를 풀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금융권이 운용해온 재무구조개선 약정 제도 자체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법원의 이번 판단이 '공동제재'에 국한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채권단이 기업들에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강제할 주요 수단을 잃게 되면서 제도 운용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약정체결을 거부하고 끝까지 버티는 제2, 제3의 현대그룹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법원의 가처분신청 인용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현대계열 채권은행협의회는 빠른 시일내에 채권은행협회를 열어 가처분 신청 인용에 따른 불복절차 진행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된 것은 재무구조개선 약정 자체가 아니라 공동제재"라며 "따라서 현대그룹과 재무구조약정(MOU)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공동제재 대신 개별은행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제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도 향후 관련규정 정비 등을 통해 재무구조개선약정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그룹의 가처분신청이 인용된 것은 재무구조개선약정의 제재조치를 규정한 은행감독시행세칙에 채권단의 공동행위가 적시되지 않았다는 이유이기 때문에 시행세칙을 정비하면 논란의 소지가 제거된다는 것.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일단 법원이 재무구조개선약정제도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므로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관련규정 정비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현대그룹의 재무구조개선 약정문제에 대해 기존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재벌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한다면 이번 사안은 기업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단이 현대그룹을 상대로 약정체결을 강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경영이 악화했을 때 어떤 식으로 이를 극복하지는 원칙적으로 기업이 자유롭게 결정할 사항"이라며 "기업이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그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즉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여부는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매년 대기업그룹(주채무계열)의 재무상태를 평가해 문제가 있는 곳과 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사전에 구조조정을 추진함으로써 기업 부실이 그룹 전체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기업들은 그러나 제도가 도입된 외환위기 때보다 기업들의 상황이 크게 개선됐다며 획일적 평가와 강제 구조조정이 오히려 기업의 경영활동을 침해한다고 주장해왔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재무구조 평가가 업종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잣대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 제도의 존폐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재무평가는 신용위험 관리를 위해 필요하다며 해당 그룹은 반드시 약정을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어서 이 제도 운용을 놓고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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