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트 16세가 교황의 방문으로는 사상 24년 만이자 최초의 국빈 방문 형식으로 16일 영국을 방문해 나흘 간의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교황의 영국 방문은 가톨릭이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겪는 가운데 여성 사제 임명, 동성애 및 동성결혼 인정 등의 문제를 놓고 미묘한 관계에 있는 영국 성공회와 가톨릭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BBC는 이날 요한 바오로 2세의 1982년 영국 방문과 이번 베네딕트 16세의 방문 비교한 분석기사를 내보냈다.
◆ 사상 첫 국빈 방문 = 요한 바오로 2세의 경우 `교회 차원'에서 영국을 방문했으나 이번에는 사상 첫 `국빈 방문'이다.
영국은 요한 바오로 2세의 방영 몇 주 전에 독실한 가톨릭 국가인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섬을 침공했다.
자칫 교황의 방영 자체가 취소될 뻔했으나 교황청은 정치적 해석을 피하기 위해 당시 총리였던 마거릿 대처를 만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방영을 강행했다.
반면 베네딕트 16세는 첫 `국빈 방문'으로 정부 부처와 영국 성공회가 공동으로 일정 등을 조율했다.
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영접을 받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만난다.
바오로 2세의 방문에 따른 비용은 당시 돈으로 700만 파운드(현재 가치로 2천만 파운드)였으며, 대부분 교회들이 부담했다.
그러나 베네딕트 16세의 방영 비용은 외교적 프로토콜에 따라 영국 정부가 부담하게 된다.
영국 성공회는 교회 행사와 관련해 신도들에게 25파운드씩을 받고 미사 참석 티켓을 판매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 요한 바오로 2세는 `록스타 교황' = 요한 바오로 2세는 잘 생긴 외모에 카리스마적 기질이 있어 `록스타 교황'으로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무릎을 꿇은 채 트랙 아래 영국 땅에 입맞춤을 해 영국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폴란드 출신인 그는 공산주의에 대항해 싸운 영웅이었다는 점에서 영국인들의 전폭적인 환영을 받았다. 6일 동안에 200만명이 그를 보기 위해 웸블리 구장 등에 몰려들었다.
베네딕트 16세는 올해 83세로 요한 바오로 2세 방문 당시 보다 20세나 나이가 많다. 스타일도 조용하고 학구적이다.
그는 콘돔 사용, 여성 성직자 임명, 금욕 생활 등과 관련해 완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 동성애자.여권주의자 공동전선 = 요한 바오로 2세는 1960년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가톨릭이 교세를 확장하던 시기에 영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영국을 비롯해 곳곳에서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이 터진데다 가톨릭의 낙태, 피임, 줄기세포 연구 등의 문제에 있어 가톨릭의 입장으로 인해 어려운 시기다.
1982년에도 반대 시위가 있기는 했지만 올해에는 동성애자, 여권주의자 등이 조직적으로 가톨릭의 개혁을 촉구하는 공동전선을 펴고 있어 경찰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 가톨릭 신자는 증가 = 28년 전 영국 가톨릭 신자는 인구의 9%인 420만명이었으나 지금은 600만명으로 증가했다.
과거 가톨릭 신자들이 백인 아일랜드계로 도시 지역에 치중됐었으나 유럽연합(EU)이 출범하면서 가톨릭을 믿는 동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이주민들이 급증했다.
그러나 일요 미사에 신자의 4분의 1 가량만 정규적으로 참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일부 성당은 재정 문제로 문을 닫는 상황까지 생겨나고 있다.
◆ 일거수 일투족 생중계 = 요한 바오로 2세가 방문할 당시에는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기 전이었다. 그만큼 교황은 신비감에 싸여 있는 존재였고 이는 교황을 직접 보려는 신자들을 끌어 모으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언론의 24시간 밀착 취재가 이뤄지고 모든 상황이 인터넷과 TV를 통해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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