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심재진 기자) 펀드 환매 물량이 이틀째 대량 환매를 보이면서 '펀드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신권을 중심으로 당분간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코스피 흐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4010억원이 순유출됐다. 이틀 새 9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 나갔으며, 올 9월 들어서는 1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이탈했다.
코스피 상승과정에서 펀드환매는 늘 있어 왔지만 환매 속도가 지난 4월 이후 가장 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에게 우려감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코스피지수가 1800~2000를 기록했던 지난 2007년께 유입된 펀드자금은 18조~20조원 규모에 이른다. 그 중 적립식펀드의 비중은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데, 전문가들은 이 자금의 만기기간이 도래하면서 환매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년 전 유입된 자금이 그대로 빠져 나간다고 가정하면 환매 출회 가능한 물량은 6조 정도로 추정된다"며 "대부분 은행에서 나온 자금이기 때문에 은행권에서 9월말~10월초까지 환매 물량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량 환매에서 모든 자금이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며, 코스피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손실을 보고서라도 환매를 한 투자자들의 물량이 이미 소화된데다, 1800선을 돌파한 이후 투자자들이 오히려 환매에 대한 욕구가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추정되는 환매 금액에 대해 "투자자들이 3년 적립식에 투자했고, 만기가 되고 원금이 되면 무조건 환매한다는 전제 하에 나오는 수치"라며 "투자자들은 1800에서 환매하면 향후에 언제 또 매입할 수 있겠느냐를 고민할 것이기 때문에 추정한 금액이 모두 이탈할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향후 투신권의 매도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외국인과 여타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방어벽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 6월 이후 연기금을 비롯한 증권, 보험, 은행 등 기타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투신권의 매도세를 일정부분 방어하고 있다"며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세는 투신권 매도에 따른 우려를 완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정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최근 매수세를 강화하고 있는 외국인 이외에도 국내 수급에서 변화가 관찰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수급주체로 등장하는 랩어카운트와 연기금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지수 하락의 버팀목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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