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지난 2008년 9월 미국계 투자은행(IB)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을 선언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저신용 주택담보대출)를 담보로 한 파생상품을 취급하면서 엄청난 손실을 입었던 탓이다.
세계는 경악했다.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한 미국식 금융질서가 뿌리째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극심한 신용경색을 겪으면서 유수의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파산했다. 이른바 금융 암흑기가 시작된 것이다. 자금 공급을 담당하던 금융시장이 무너지면서 글로벌 경제도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이제 감히 '회복'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만큼 경제 전 분야에 걸쳐 화색이 완연하다.
특히 국내 금융회사들은 외환위기 이후 탄탄히 다져온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위기에서 가장 빠르게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이제 사후적 대응보다 사전적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때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국내 금융시장 잘 버텼다
올 들어 유럽발 재정위기라는 암초가 나타나면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지만 드러난 성적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우선 금융회사들의 수익이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특히 수익 감소폭이 컸던 은행권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4조8000억원의 순익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2조5000억원)보다 2배 가량 늘었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2.36%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0.5%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자산건전성도 크게 개선됐다.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6월 말 현재 14.29%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말(12.31%)보다 2%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본자본비율(Tier1)도 8.84%에서 11.33%로 3%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국내 금융회사의 자본 건전성은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환율은 아직도 변동성이 심한 모습이지만, 외환보유고와 스왑베이시스 등은 견조한 모습이다.
특히 국가 위험도를 나타내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5월 말 139 수준으로, 일년새 3분의 1로 하락했다.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가 크지 않다는 반증이다.
◆ '사후약방문' 대신 사전 대응체계 마련해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는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최근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에서 발표한 바젤Ⅲ 합의안이 대표적이다.
바젤Ⅲ는 금융회사의 자본 및 유동성 규제를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금융시장 및 금융회사의 시스템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국내 금융당국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세계적 추세에 동조하고 있다. 다만 국내 금융규제 장벽이 선진국보다 높아 추가로 규제를 강화할 경우 금융산업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리스크를 감지하지 못하고 늘 사후적으로 처방을 내리는 데 급급했던 점도 반성할 부분이다.
신용경색에 따른 부동산 경기침체로 건설사 수익성 악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등이 예견됐음에도 적기에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또 가계대출이 급격히 증가하는 와중에도 이를 위험 요인으로 여기지 않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금융위기는 단순히 금융시장 혼란만 초래한 것이 아니라 국가경제 전반에 다양한 위험을 야기했다"며 "이를 기회로 삼아 눈앞의 위험만 통제하는 기존 감독 체계에서 탈피해 예견되는 각종 위험들을 통합 감독할 수 있는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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