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옥탑방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낙오자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우리 사회 분위기와 한 전과자의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결합해 빚어낸 참극이었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긴급체포된 피의자 윤모(33)씨는 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14년6개월을 순천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지난 5월 출소하고서 신월동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생활하며 일용직으로 일해왔다.
범행 당일도 일거리가 없자 윤씨는 오전 6시께 작업용 공구 등이 들어있는 배낭을 메고 밖으로 나섰다. 반나절 가까이 양천구 일대를 돌아다녔지만 일거리는 없었다. 오후 들어서는 저녁 일감이 있다는 인력시장의 전화를 애타게 기다렸지만 그마저도 감감무소식이었다.
낙담한 그는 신정동의 한 슈퍼마켓에서 막걸리 한병을 사들고 근처 놀이터로 갔고 술병을 다 비워갈 무렵 맞은편 건물의 옥탑방에서 TV 오락프로그램을 보던 한 가족의 단란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던 윤씨는 순간적으로 분노한 나머지 곧바로 계단을 올라가 자녀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임모(42)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임씨 부인 장모(42)씨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쳐 큰 상처를 입히는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공단은 신월동 서울서부지소를 포함해 전국에서 14개 지부와 7개 지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총 600여명의 전과자들이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직업교육과 사회적응 교육을 받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사회에 적응하겠다며 스스로 들어온 사람들이라 또다른 범죄의 온상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이곳에서 다른 전과자에게 범행수법을 배웠다는 등의 사례도 전혀 보고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신월동 공단에만 50여명의 전과자가 있는데 담당 직원은 10명도 채 안되는 등 인력이 부족해 이들을 완전히 관리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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