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근로자 10명 중 8명이 출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전직한 '경력단절' 현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여성노동자회가 한국노동연구원에 의뢰해 여성 경력단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가 출산 때문에 일을 그만뒀고, 8.9%는 다른 일로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직장생활을 하려고 출산 시기나 자녀 수를 조정하는 여성도 약 40%에 달한다. 여성노동자회는 "응답자의 80%가 출산 때문에 일을 조정한 경험이 있다는 것은 출산이 여성 경력단절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자녀를 키워놓고 재취업했을 때의 새 일자리의 질도 현저히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 전에는 정규직 비율이 62.9%였지만 출산 후 재취업한 경우 정규직 비율이 28.5%로 떨어지고 소득도 감소해 출산이 여성 근로자의 비정규직화와 저임금화를 부추긴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 비정규직 여성의 산전후 휴가 사용률이 10%에 그치는 등 비정규직 여성이 출산을 전후로 일을 그만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노동자회는 "최종적인 저출산 대책 발표를 앞둔 정부에 여성 산전후 휴가 실질적 보장, 90일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 무상보육 및 공보육 강화 등을 담은 여성 경력단절 예방대책을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포함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3~7월 서울, 인천, 안산, 수원, 광주, 마산ㆍ창원, 부산 지역에 거주하는 30ㆍ40대 여성으로 10세 미만의 자녀를 양육한 경험 등이 있는 여성 1천181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여성노동자회는 조사 결과를 13일 '여성 경력단절 실태를 통해 본 일ㆍ가정 양립과 저출산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