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정부가 부실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을 구체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학들이 기초학문 관련 학과를 폐지하거나 통합하는 대신 실용학과를 늘리는 추세가 심화되고 있다.
대학들이 취업이 잘 되고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과 위주로 재편하면서 갈수록 기초학문은 홀대를 받는 것이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동국대는 2015년까지 어문·사학·철학 등이 속한 문과대학과 통계 등이 포함된 이과대학을 통합하는 학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건국대 역시 지난해 문과대학 일부 학과를 폐지·통합했다.
또 경남대는 2003년에 야간학부를 폐지했고 2004년에는 프랑스언어문화·독일언어문화·러시아언어문화·응용수학 등의 전공을 폐지했다. 대신 이 대학은 문화콘텐츠학부와 건강스포츠학과, 패션의류학과를 개설했다.
2005년에는 자연과학부 물리학·생명과학·화학 전공이 없어진 반면 관광학부 호텔경영학 전공과 나노공학과, 소방방재공학과, 보험학과, 군사학과, 경호비서학과 등이 생겼다. 2008년 이후에는 조선해양IT공학과와 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가 신설됐다.
경남대는 최근 심리사회학부의 사회학 전공과 인문학부의 철학 전공을 폐지하는 방침을 세웠다가 해당 학부의 재학생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2003년 전문대학에서 4년제 종합대학이 된 한국국제대도 실용학문 중심으로 학과를 재정비했다.
이 대학은 2004년 특수체육교육과와 물리치료학과가 신설했고 2006년에는 방사선학과가, 2009년 간호학과의 신설 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물리·화학·철학·역사 등의 기초학문 관련 학과는 없다.
졸업생 취업률이 높은 한 전문대학 관계자는 "취업이 잘 안 되는 학과나 전공을 선택할 바에 전문대 진학을 하려는 학생들이 늘고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부실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의 하나로 '학자금 대출 제한' 등의 방침을 내놓고 있어 수도권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뒤지는 지역 대학들의 학과 개편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경희대의 경우 인문학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의 학제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경희대 측은 "급변하는 사회에서 실용교육보다 인문학교육이 사회 적응력을 키우는 데 더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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