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우리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이란 제재에 동참하기 위한 독자적인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이란의 대응과 미국의 반응 등 여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외교가에 따르면, 국익과 실리 사이에서 고민 끝에 나온 정부의 이란 제재안은 앞으로 이해 당사국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로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6월 이란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채택한 제재 결의 1929호를 따르면서도 추가로 압박수위를 높일 것을 원하는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독자 제재안을 마련했다.
앞으로 당국의 사전허가를 받지 않고는 이란과의 모든 금융거래를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제재안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이란 정부가 한국이 제재에 동참할 경우 경제적 보복조치를 하겠다고 공언해 온 점을 감안,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했다.
이처럼 서로 성격이 상충되는 한국의 이란 제재안은 당장 발표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향후 실행과정에서 어떻게 대응하냐의 문제가 더 중요한 사안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우선 이란 정부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란이 경고해 온 보복조치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서는 이란이 한국을 희생양 삼아 경제적 보복조치를 함으로써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제재에 상징적인 저항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05년 9월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이란 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결의안에 찬성하자 이란은 보복조치로 몇개월 동안 한국산 수출품에 대한 수입송장 승인을 거부했던 사례가 있다.
특히 당시 이란은 결의안에 찬성한 국가 22개국 중 한국과 영국, 체코, 아르헨티나 등 4개국만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란제재와 관련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에 대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아직까지 분명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이미 제재안을 놓고 이란 정부와 모종의 논의를 거쳤기 때문에 예상되는 반응도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반면 미국은 행정부와 의회가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과 이란의 관계를 감안할 때 ‘장고’끝에 내린 대 이란제재의 수위를 높이 평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의 이란과의 중요한 무역관계를 감안할 때, 이번 결정이 한국으로서 손실을 감수한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으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의 표면적인 공식 반응과 수면 아래의 실제 기류를 판단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특히 미국이 폐쇄를 원했던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2개월 정도의 영업정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미국의 반응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한 제재방안이지만 애초부터 양쪽이 모두 불만족할 수 밖에 없는 안이었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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