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부실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간신히 적자는 면했지만 '88클럽'에서 탈락하는 등 내실은 크게 악화됐다는 지적이다.
9일 저축은행권에 따르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2009회계연도(2009년 7월~2010년 6월)에 15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전년도 흑자규모 571억원에 비하면 73.5%나 급감한 금액이다.
당초 저축은행권은 PF 규모가 적지 않았던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전체 여신 가운데 PF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2.5%로, 솔로몬 22.2%, 토마토 14.1%, 제일 14.1%, 경기 17.1% 등 경쟁사보다 높은 편이다.
실제로 대손상각비는 1489억원으로 전기보다 세 배 가량 늘어났고, 캠코의 부실 PF 채권 매입으로 인한 대출채권매각손실도 225억원이나 발생했다. 대규모 상각에도 기존 채권의 부실화로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전년도보다 30%나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말 서울 청담동 본점 사옥을 230억원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회계연도 3분기까지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전년도 전체 순익 571억원에 육박하는 553억원의 흑자를 내면서 올 회계연도에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의 관심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 몰리고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BIS 비율이 7%대를 기록해 우량 저축은행의 기준인 '88클럽'(BIS 비율 8% 이상, 고정이하 여신비율 8% 이하)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8클럽에서 탈락하면 이미지 추락 등 무형의 손실 뿐만 아니라 동일인 여신한도가 크게 위축된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가 동일 기업이나 개인에게 대출해줄 수 있는 한도는 기존에 400억원 가량이었지만 88클럽에서 탈락하면 이 한도가 80억원으로 줄어든다.
저축은행권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88클럽에 목을 매는 이유는 좀더 규모가 있고 우량한 기업에 대한 대출이 위축되고 지점 설치도 제한돼 정상적 성장이 제한되기 때문"이라며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경우 생각했던 것보다 흑자 규모가 크게 줄면서 BIS 비율이 하락한 듯 한데 하반기에 증자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손충당금을 많이 적립한 것은 건전성 이슈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며 "정확한 BIS 비율은 9월 말 공시될 예정이며 증자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여러 대비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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