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프런티어] "인권 사각지대 속 여성들에게 희망줘야"

2010-09-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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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희 한국여성재단 사무총장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기부는 '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언제 어떻게 천재지변을 당하거나 지원해 주던 사람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이나 소중한 사람들이 불행한 일을 겪을 수도 있는 만큼 사회에 보험을 든다는 생각으로 기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과 제도의 지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해온 강경희(51) 한국여성재단 사무총장이 생각하는 기부란 보험과 다를 바 없다.

100명이 연이어 기부를 하는 '100인 기부 릴레이'와 이주 여성들의 친정 방문을 지원하는 '날자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강 총장을 1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한국여성재단에서 만났다.

78학번인 그는 대학 시절 '가톨릭학생회'를 통해 봉사와 나눔의 삶에 첫발을 내디딘 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홍콩에 있는 가톨릭학생 아시아사무국에서 간사로 일했다. 이후 한국교회사회협의회 가톨릭 측 파견간사와 천주교사회문화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1998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 2002년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강경희 한국여성재단 사무총장

'딸들에게 희망을'이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익재단인 한국여성재단은 여성계 원로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여성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1999년 창립됐다.

강 총장은 '가급적 직접적인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게 한국여성재단이 다른 민간 재단과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여성 관련 NGO들이 벌이는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한국여성재단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여성재단은 소년소녀가장돕기처럼 일반인들이 쉽게 지갑을 여는 '최루성' 사업보다는 눈에 띄지 않지만 꼭 필요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총장은 "다양한 여성 관련 NGO들이 본연의 사업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때문에 장애인 중에서도 여성 장애인, 노숙자 중에서도 여성노숙자 등 더 깊은 사각지대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총장이 한국여성재단에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도 여성 노숙인과 관련 있다.

외환위기에서 벗어난지 얼마되지 않았던 2004년 무렵의 일이다. 노숙인을 위한 쉼터나 자활기구들이 부쩍 늘기 시작했지만 성폭생과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는 여성 노숙인들을 위한 시설은 찾아보기 어려웠던 시절이다. 노숙자들은 거처가 정해져 있지 않아 그 수를 정확히 파악할 수도 없었고 여성 노숙인은 남성에 비해 수가 적어 정부에서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여성 노숙인들의 취약한 생활여건을 눈여겨 봤던 한국여성재단은 한화그룹의 지원을 통해 '드롭인 센터'를 세웠다. 여성 노숙인들이 편하게 들러 잠을 자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강 총장은 이주 여성들이 가족들과 함께 친정을 방문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날자 프로젝트'도 대표적인 여성 지원 프로그램을 꼽았다.

  
그는 "날자 프로젝트가 한국에서 다소 주눅들어 있던 이주 여성들이 자신이 가족들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는 딸이라는 사실을 남편과 자녀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잠시나마 아내의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외국에서 생활해 본 남편들의 경우 아내의 고충을 깨닫는 기회도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여성재단은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하고 있다. '여성의 창의적 공익활동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쇼핑업체 G마켓과 함께 하는 이 사업은 활동가나 일반인 등이 함께 모여 여성의 문제를 다룬 사업을 구상해보는 프로젝트로 실천성과 재미, 사회기여도 등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강 총장은 "호주제 폐지나 육아휴직 제도 등 지금껏 여성을 위한 법과 제도가 많이 만들어졌지만 실제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며 창의적 공익활동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강 총장은 우리나라의 모금운동의 방식도 문제 삼았다. 그는 "해외에서는 기업인이 기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업 차원의 기부만 강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총장은 자식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는 것을 당연시하는 문화도 바뀔 때가 됐다고 했다. 그래야 부와 빈곤의 세습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총장은 기부를 활성화하려면 세제개편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산나눔'을 실천하기에는 관련 세제가 너무 미흡하다"며 "기부를 독려할 수 있는 세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강 총장은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엔 즉흥적, 1회적 기부가 넘쳐나고 있는 게 문제""라며 "이제는 나눔에도 '프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쓰고 남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일부를 나눌 수 있는 게 진정한 프로 기부자라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 사회에 나눔 프로가 늘어나야 재산뿐 아니라 자신의 재능이나 시간을 나눌 수 있는 기부문화가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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