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공정한 사회’가 정치권의 화두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처음 언급한 ‘공정한 사회’는 이후 인사청문회와 유명한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 논란으로 이어지며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처럼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은 8일 오전 중소기업 대표들과 만나 “누구에게든지 균등한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게 공정사회의 기본 바탕”이라며 ‘공정한 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날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만난 당정 정례회동에서 “우리 사회에 권력과 이권을 같이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는데 이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언급한 이 대통령은 하루가 멀다 하고 ‘공정한 사회’를 화두로 내세우는 모양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기회의 균등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요건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말은 어딘지 공허하게 들린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생활물가 152개 품목 가운데 전년 동월 대비 114개 품목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물가는 구입 빈도가 높아 가격변동에 따라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152개 품목을 정부가 직접 선정한 것이다.
추석을 코앞에 두고 시장에 나가야 할 서민들에게는 ‘공정한 사회’ 보다는 ‘공정한 물가’가 더 중요할지 모른다.
집권 초기, 식료품의 가격 하나 까지 직접 언급하며 서민 물가를 잡겠다고 나섰던 이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이 추석 물가 안정 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정부가 지난 2일 ‘추석 민생과 서민물가 안정방안’을 발표했다지만 무나 배추 등 신선식품의 가격 상승은 이미 지난 봄부터 조짐을 보였다.
문제는 정치권 역시 대통령의 ‘공정사회’ 강조에 맞장구를 치며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는 것이다.
7일 이 대통령과 만나기 전에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민심의 메신저가 되겠다”고 다짐한 안 대표가 그날 나눈 대화 중 추석물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는 말은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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