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프론티어] 유성희 YWCA 사무총장을 만나다

2010-09-0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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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심재진 기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건 여러 사람의 도움 덕분이죠.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늘 창조하는 리더가 되고 싶어요."

까마득한 연배의 리더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성희(43·사진) YWCA 사무총장의 말투에서는 겸손함이 배어났다. 그러나 '젊은 나이에 사무총장이라는 중요한 자리에 오른 만큼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새로운 것을 고민하고, 현실로 이뤄내고 싶다'는 대목을 말할 때는 리더다운 패기가 느껴졌다.

역대 최연소 사무총장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유성희 YWCA 사무총장의 발걸음은 늘 분주하다. 열정과 투지로 똘똘 뭉친 대학시절에 YWCA의 대학생협의회 회장을 지내고 36세의 나이에 사무총장 자리에 오른 그를 만났다.

◆ 격동의 386세대, 막차를 타다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대학 초년시절 YWCA와 인연을 맺었다. 유 사무총장이 대학에 갓 입학했을 당시에는 민주주의를 위해 학생들이 전부 거리로 나섰고, 2학년이 되던 해에는 88올림픽이 개최돼 자유로움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유 사무총장은 "민주화 경험의 마지막 세대라서 그런지, 우리는 '의식을 가지고 활동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박혀 있었던 것 같다. '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무슨 직장을 가지든 꼭 가지고 있어야 할 일종의 사명이었다"고 떠올렸다.

처음부터 유 사무총장이 YWCA에서 일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양한 일에 도전하며 진로를 찾던 중, 젊은이 중에서도 여학생들을 리더로 키우려는 YWCA에서 사회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접하고, 공부하게 되면서 강한 끌림을 느꼈다고 했다.

결국 YWCA에서의 활동들은 직업으로서 YWCA를 선택하는 데 큰 계기가 됐다. 그는 "인도에 한 달간 머물게 됐는데, 그 동안 YWCA에서 배웠던 계몽적 활동들을 해외에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아직도 존재하는 한국의 어려운 여성들을 돕고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게 샘솟았다"고 말했다.

유 사무총장은 한번 추진한 일은 끝까지 해내고야 마는 끈질긴 성격의 소유자다. 그러나 정식 입사 후 처음으로 야심차게 제출한 기획안이 반대에 부딪혀 좌절하게 된다. 그런 그를 다독여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협의하고 설득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것은 주변 선배들이었다.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여러 선배들의 조언을 경청하여 비교적 빠르게 조직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처음엔 내가 낸 기획안을 어떻게든 성공시켜 보겠다는 일념으로 이쪽 저쪽 뛰어다니면서 노력했다. 선배들은 그런 내가 안쓰럽고 기특했나 보다. 무작정 죽기살기로 뛰어드는 나에게 많은 조언과 가르침을 주셨다. 그분들께 지금도 너무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 3년만에 다시 돌아온 사무총장

유성희 사무총장이 YWCA의 사무총장이 된 2004년은 그의 나이가 36세였다. 사람들은 젊은 여성이 사무총장 자리에 올랐다며 그야말로 '센세이션'이라고 칭했다.

그러나 3년간 열심히 일한 유 사무총장은 돌연 사무총장 직에서 물러났다. 충분히 일을 좋아하고 즐거워했지만, 스스로 느끼기에 너무 젊고 이르다는 판단에서였다.

유 사무총장은 "쉬는 동안 뉴욕 YWCA에서 임시 사무총장을 3개월간 하게 됐는데, 그들의 소통방법이 우리나라와 많이 달라 놀랐다. 그 곳에서 짧게 있었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투명하고 정확해야만 소통이 된다는 것을 배웠고, 한국 YWCA에서 내가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다시 돌아온 유 사무총장은 리더십에도 변화가 생겼다. 30대의 유 사무총장이 일에 대해 주저할 때가 많았다면, 지금은 전체가 가야할 방향에 맞춰 구성원들을 이끌고 있다. 항상 모든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하고, 토론하고 또 토론한다.

그는 "위치가 나를 지배하는 것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젊었을 때 열정만으로는 안돼서 몇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고, 그것을 몸을 바쳐 부딪치면서 하는데까지 했더니 많은 것을 배웠다. YWCA의 두번째 사무총장이 된 것은 아마도 젊었을 때의 내 투지와 열정을 제대로 해보라는 의미에서 기회를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사무총장은 이어 "선배들이 늘 여학생 등 젊은사람들과 많이 소통하고 리더로 키우려고 했던 가르침을 이어, 나도 차세대 사람들을 많이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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