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금성출판사의 근·현대사 교과서를 수정하도록 한 교육과학기술부의 명령이 절차를 어겨 위법이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 판결은 내용의 적합성을 판단한 게 아니라 절차상의 결함을 들어 명령이 무효라는 것이어서 교과서 이념 논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2일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 등 금성출판사의 근·현대사 교과서 공동저자 3명이 교과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교과서 수정명령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교과부의 지시는 오기(誤記)나 기타 명백한 잘못의 정정이나 객관적 학설의 변경에 따른 수정 명령이 아니고 2002년에 이미 합격 결정을 한 책의 내용을 변경하도록 명하는 것이라서 새로운 검정을 실시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초·중등교육법 등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 교과부장관이 수정명령에 앞서 국사편찬위원회의 의견을 듣고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의 검토를 거쳤을 뿐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하자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비록 수정명령이라도 실질적으로 검정에 해당한다면 절차를 준수해야 하고 만약 이와 달리 본다면 검정에 앞서 심의를 거치게 해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려는 취지가 손상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교과서 검정 행위에는 본질적으로 교과서를 교육목적에 맞게 수정할 수 있도록 명하는 권한이 포함돼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수정명령의 근거 조항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과부는 지난 2008년 11월 보수단체가 문제제기한 '분단의 책임을 미국이나 남한 정부 수립으로 돌리는 등 내용이 편향됐다'는 내용 등을 바탕으로 국사편찬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금성출판사의 교과서 일부를 수정하도록 명령했다.
김 교수 등은 "수정 명령이 법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아 무효"라며 행정소송을 냈고 이와 별도로 "집필자의 의사에 반해 내용을 수정한 것은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출판사 등을 상대로 저작인격권 침해 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민사소송의 1심에서는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졌으나 2심 재판부는 `교과서 수정은 장관의 지시에 의한 것이므로 출판사를 상대로 저작인격권 침해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로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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