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은행 상품… 그들은 왜 '무덤'으로

2010-08-2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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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사람이 나고 죽고 유명 연예인이 뜨고 지듯, 은행 상품도 출시와 폐기가 무한 반복된다.

은행 상품이 무덤에 묻히는 것은 은행의 목표와 시대의 트렌드 등 제각각의 여러 사연을 안고 있다. 과연 은행 상품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 인기가 너무 좋아 '단명'하는 상품들


은행 상품이 사라지면 일반적으로 해당 상품의 인기가 없거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의 경우가 많다. 은행은 제조업과는 달리 '돈'을 상품으로 팔기 때문에 가격(금리)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때문에 경쟁력이 높다는 것은 은행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며, 은행 입장에서는 해당 상품을 장기간 판매할 이유가 사라진다.

특히 은행 간, 금융업권 간 경쟁이 치열해진 요즘 출시되는 상품들은 여수신 확대, 시장선점 등의 특정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명이 더욱 짧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7월 23일 판매가 중단된 우리은행의 'AMA+ 통장'.

이 상품은 지난해 4월 우리은행이 증권사 CMA에 대응해 출시한 월급통장이다. 최고 연 4.1%의 이자에 송금·이체 등 거래수수료 면제, 연관 상품 가입시 추가 혜택과 같은 파격적인 서비스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덕분에 출시 1년 3개월 만에 77만6000좌, 1조7600억원 유치라는 화려한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서둘러 이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경쟁 상대인 CMA가 예상 밖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상품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며 AMA+를 대신해 '우리통장' 시리즈를 대체 출시했다. 하지만 AMA+에 비해 부족한 높은 실적을 올리진 못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탑스(Tops) 직장인플랜저축예금'도 과도한 인기가 수명 단축을 부른 대표적인 경우다.

이 상품은 지난달 26일 상품 판매가 종료됐다. 종료 시점의 실적은 227만좌, 2조2941억원. 상품 출시가 8년이나 지난 데다 인기가 높았다는 것이 폐기의 이유다.

이 밖에 외환은행이 '2010기업파트너론'이 한도를 2조원으로 늘렸음에도 줄시 반년 만에 한도가 소진돼 판매가 마감되기도 했다.

◆ 유행·이슈·트렌드 변화로 퇴장하는 상품들

은행들이 유행이나 중요 이슈, 트렌드를 쫓아 만든 상품들도 단명하기 일쑤다. 해당 이슈가 잦아들면 상품 판매도 자연히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국민은행의 마케팅 상품인 '연아사랑적금'이다.

피겨스케이터인 김연아 선수가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추가금리를 제공하는 이 상품은 지난해 5월 7일 출시돼 1년여 만인 지난 5월 31일 판매가 끝났다.

상품 판매 시기동안 김연아 선수가 동계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따는 등 대박을 내며 1년 동안 41만좌, 1조2839억원 어치를 팔았다.

IBK기업은행이 지난 2004년 출시한 '고구려지킴이통장'도 지난 5월 판매가 끝났다.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국민들의 고구려 역사 인식이 높아져 출시한 이 상품은 이슈가 사그라지며 지난 5월 14일 판매가 끝났다. 종료시점 실적은 1700좌, 32억원에 불과했다.

기업은행이 지역사회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6년 내놓은 '내고장힘' 통장도 같은 시기에 5만3000좌, 810억원 실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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